[여성 금융인 릴레이 인터뷰]“외환위기ㆍ금융위기?…저에겐 모두 기회였죠”

입력 2015-02-25 10:23 수정 2015-06-1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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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숙 신한생명 방카슈랑스 지원 본부장, 잔금대출ㆍ자산운용 새롭게 개척

“밥을 먹어도 되나. 웃어도 되나. 그 당시에는 부모님을 잃었을 때 심정이었어요. 은행에서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후배들에게) 은행에서 방카(보험) 팔아달라고 영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었죠. 직원들 앞에 다시 선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어요. 다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지난 2013년 신한은행에서 영업본부장으로 퇴직한 유희숙 신한생명 방카슈랑스(은행연계보험) 지원 본부장은 “생각지도 못하게 은행을 나와 충격이 컸다”며 이같이 회고했다. 그는 “은행에서 본부장을 더 오래 하고 나올 줄 알았다”며 “퇴직하고 나서 6개월 동안 개인적인 일로도 은행에 못 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유 본부장은 현재 은행에 신한생명의 보험상품을 잘 팔 수 있게 직원 교육 등을 지원하고 영업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전례 없던 부동산담보 잔금대출 상품 개발 = 유숙 본부장이 퇴직 후 힘들었던 건 신한은행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었다. 탁월한 성과를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경력 탓에 서운함은 크게 다가왔다.

유 본부장은 신한은행에서 여성지점장 최초로 영업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001년 상반기 점포별 실적 평가에서 대출 544억원, 예금 109억원의 성과를 달성했다. 유 본부장은 “경기가 안 좋아 많은 고객이 대출을 갚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껴 찾던 돌파구가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외환위기(IMF)의 여파로 경기 불황 때 인천 부평 금호타운지점장이었던 유 본부장은 가계대출을 늘리려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다니며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유 본부장은 “당시에는 아파트 잔금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없었다”며 “집을 사면 등기가 넘어오고 그 등기권리증을 가지고 가야 대출금 지급했다”며 “이 때문에 부동산 잔금을 갚던 고객들은 잠시 동안 사채나 제2금융권 대출을 쓰게 되는 경우 일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던 중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이 그에게 “잠깐 사채를 쓰게 하지 말고 은행에서 대출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유 본부장은 법무사와 부동산중개업소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위험을 없애고 ‘잔금대출’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집을 살 때 대개 잔금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착안해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새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유 지점장은 주택담보 잔금 대출을 위해 부평지역의 150여개 부동산중개업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로부터 잔금 대출을 원하는 고객을 소개받으면 직원이 현장에 나가 즉석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였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영업방식이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주변의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대출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이같은 영업 방식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산관리 개념 만든 ‘영업의 달인’ = 유 본부장은 외환위기 당시 부동산 잔금대출을 개발했다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자산관리(PB) 부장을 맡아 영업의 달인임을 증명했다.

유 본부장이 PB부장을 막 시작할 때 금융위기 사태가 발생했다. 유 본부장은 “고객들의 펀드 손실로 인해 난리가 났다”며 “어떻게 원금을 깨먹은 펀드로 잃은 고객 신뢰를 얻느냐에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사실 유 본부장은 PB업무에 대해 말단 행원 시절부터 숨은 재능을 보였다. 그는 1994년 서교동 지점 초임대리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서교동은 전통 부촌이었는데 부자들 관리를 치밀하게 하지는 못했다”며 “1억원 이상 예금주 70명을 별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서교동 부자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다니며 금융상품 투자를 권했고, 자산운용이라는 개념이 낯설었던 시절부터 탁월한 감각을 보였다. 그는 “1년 만에 이들 70명의 예금 규모가 150억원이 늘어났다”며 “이는 당시에는 엄청난 금액으로 이때 부유층 고객들의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이들을 별도 관리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을 구상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서교동 지점은 삼성동 지점과 함께 결국 신한은행의 최초 지점PB(현 PB센터)가 됐다.

유 본부장은 전통 PB로서의 생활이 길지는 않았던 점을 영업생활 동안 쌓인 현장 경험을 통해 극복했다. 유 본부장은 “영업이 정말 재밌다”며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인 거 같다”고 말했다.

◇강한 결단력이 무기 = 본인의 장점에 대해 묻자 유 본부장은 “직원들이 나에게 ‘결단력이 빠르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을 위해 하는 일이라면 사심 없이 한다”며 “일단 무조건 해보는 스타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유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안 됩니다”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그는 “한 번만 더 그런 소리 하면 나하고 일 못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뚝심이 부동산 잔금대출 상품을 만들었고, 영업의 달인을 탄생시킨 것이다.

유 본부장은 존경하는 인물로 이순신 장군을 꼽았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전투 때마다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한 점을 본받고자 했다. 유 본부장은 “어느 지역을 가든지 지역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영업 전략을 써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직원들과의 목표를 단순화해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도 탁월하다. 그는 새로운 직원들과 만나면 처음으로 하는 게 ‘필요한 3가지’와 ‘없어져야 할 3가지’ 의견 수렴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우선 직원들이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성과가 나오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유 본부장의 지론이다.

직원들이 제시한 ‘없어져야 할 것’에 공과금 수납이 포함됐을 때 유 본부장은 “다른 은행들은 업무 과다로 자동화 기기로 전환한 상태에서 오직 신한은행만 고객만족(CS) 차원에서 유지하고 있었다”며 “책임지고 과감히 없애는 과정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시설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게 하기 위해 새로 부임한 곳에서는 내부공사부터 단행했다. 식당이 없으면 맛 좋은 식당을 섭외하기도 했다.

유 본부장은 토요일에 전 직원과 함께 특식을 먹는 날로 정하기도 했다. 그는 “상금 타게 되면 주로 후배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며 부평금호지점장 시절에는 전 직원 스키캠프도 보냈고, 상도동 지점장 때는 필리핀 여행을 2박3일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성과는 ‘직원의 공’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유 본부장은 “내 능력만 가지고는 안 된다”며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점포가 이래서 어려우니까 ‘다 같이 뭘 해야 한다’는 의식이 직원들 모두에게 깔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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