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니 콘서트(matinee concert)’의 문을 여는 피아노 독주 장면이다. 마티니 콘서트란 평일 오전의 공연을 말하는데,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매월 두 번째 화요일에 실력파 연주자들이 꾸미는 품격 있는 아침음악회를 마련한 것이다. 서로 다른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열정의 무대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예년 기온을 살짝 웃돌았던 1월에는 피아노와 첼로, 가야금, 반도네온, 기타가 준비돼 있었다. 90분간의 독주와 중주에 연주곡 해설과 연주자 소개도 곁들여 감상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클래식에서부터 뉴에이지, 재즈, 탱고 등 다양한 장르에 한국음악과 이탈리아,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 곳곳의 음악들을 두루 감상할 수 있어 허기진 감성을 채워주는 든든한 영양제이기 충분했다.
50대 여성들이 주를 이룬 관객들의 반응은 예전과는 달랐다. 즉흥 연주곡을 주문하고, 손뼉과 함성으로 호응을 보내며 앙코르를 연호하기도 했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로 어색하던 분위기가 봄눈 녹듯 녹아버린 순간, 연주자들의 가슴에도 뜨거움이 번졌으리라.
문화와 예술은 그렇게 사람의 감성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감싸주며, 고상한 품격이나 운치를 더해준다. 공연에 맞춰 손뼉을 치고 전율이 흐르는 감동의 순간을 보내고 나면 한결 누그러진 기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근래 들어 주변에는 안타까운 소식이 너무 많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저지른 크고 작은 사건들이 우리를 슬픔과 분노로 떨게 한다. 바라건대, 공연문화가 더욱 활발해져 우리 사회 곳곳에 부드러운 감성의 바이러스가 널리 번져나갈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