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도 미국 셰일업계가 감산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셰일업체들은 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채굴 생산성 향상과 부채 상환 자금 확보의 필요성 때문에 감산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2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6월 연중 고점 이후 60% 가까이 하락했다. 최근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하락세에 제동이 걸렸지만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 석유산업 중심지인 텍사스는 정리해고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초 셰일유 개발업체 WBH에너지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세계 최대 유전서비스업체 슐룸베르거는 전체 직원의 약 7%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곳곳에서 유전 개발의 연기나 중단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도 현재 가동 중인 시추장비 수가 20일 기준 1019개로 지난해 10월 피크에 비해 40% 가까이 줄고 3년 반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의 오쿠다 도모미치 주임 연구원은 “올 여름 이후 산유량 증가세가 꺾이면서 하반기 WTI 가격이 70달러 대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장비 가동상황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면 다른 양상이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재래식 유전에 사용되는 수직 굴착식 장비 가동 수는 1년 전에 비해 50% 줄었지만 셰일유 개발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수평시추장비 감소율은 17%에 그쳤다는 것.
씨티그룹은 “수평시추장비의 생산 효율은 수직식에 비해 3배에 이른다”며 “미국은 수평장비로 전환이 진행된 것만으로도 지난해 셰일유전 생산성이 20%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씨티는 “생산성 향상을 고려하면 올해 미국 산유량은 지난해보다 하루 70만~9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셰일업체는 부채 상환 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감산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으려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석유를 계속 생산해야 한다는 것.
셰일유의 미래를 점칠 때 참고가 되는 것은 셰일가스 실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셰일가스는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과잉공급 상타에 빠졌다. 미국 셰일가스 가격은 2008년 정점에서 현재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고 가동장비 수도 같은 기간 20% 줄었다.
그러나 오히려 가스 생산량은 크게 늘었다. 북동부 마세라스 등 유망 가스전에 투자가 집중되고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기 때문. 일본 석유ㆍ천연가스ㆍ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의 노가미 타카유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스가격 하락이 기업 경영효율 개선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 소재 뉴에지증권은 “셰일유 생산량 조정이 보이지 않으면 WTI 가격이 40달러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