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영재 발굴단’이 불편한 이유 [이꽃들의 36.5℃]

입력 2015-02-2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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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저 좋아했는걸요. 커서 OO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트로트 신동, 댄스 신동, 국악신동…. 이들이 펼치는 공연에 패널들의 입이 떡 벌어진다. SBS ‘스타킹’에서 무수히 보아온 화면이다. 영재나 신동은 쇼 프로그램의 단골 아이템이다. 그 소재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한다.

어린이가 기량을 뽐내면, MC는 짤막한 인터뷰를 통해 미래의 희망이라 치켜세우며 끝을 맺는다. 쇼 프로그램의 포맷 상, 화려한 재주를 나열해 시청자에 전달, 눈길을 끄는 것이 효율을 끌어낸다. 반면 이 과정 속엔 신동이라는 이름으로 매스컴과 대중의 조명 받은 뒤, 고충을 겪는 영재 성장의 이면이 드러나진 않는다.

20일 설 특집 2부작으로 편성된 SBS ‘영재 발굴단’에도 물고기 박사부터 한자, 바둑, 수학 등에 특출난 영재들이 등장했다. 8~10세의 각 분야 영재들은 박식한 지식과 베테랑 못지않은 능력을 과시했다. 재기 넘치는 행동과 똘똘한 말솜씨를 갖춰 이목을 끄는가 하면, 영재 특유의 과제 집착력으로 비교 우위의 역량을 보였다.

자녀 교육에 상당한 관심을 쏟는 국민 정서를 반영하듯, 프로그램의 시청률 역시 두드러졌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가 집계한 결과, 지난 21일 방송된 2회는 10.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선 핵발전소를 ‘눈에 담아가겠다’며 거울 너머 꼼꼼히 들여다보던 제주도 소년, 희귀종 물고기부터 식물종까지 줄줄이 꿰던 10세 어린이에게 ‘52장의 카드 순서 외우기’ 미션이 주어졌다. 가수 박상민의 딸 박소윤 양을 제외한 나머지 영재들은 주어진 시공간 내 10장 이상의 카드를 외우지 못 했다.

특성화된 분야에서 수준 높은 역량을 자신의 흥미만으로 스스로 쌓아올린 영재들은 기계적인 기준에 의해 안팎으로 실패 경험을 각인시킨 것이다. 제작진은 세계 기억력 대회 공식 종목이라 했으나,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의 도식적인 방식을 답습함에 지나지 않은 점이 패착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암기 위주의 국내 교육이 영재 성장을 가로 막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외부 자극에 민감한 영재의 두뇌는 손상을 입기 쉽고, 소크라테스 방식 등 이에 걸맞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주입식 암기가 아닌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지식 섭취만이 영재의 잠재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 영재성을 갖고 태어난다. 잠재된 그 능력을 어떻게 발견하고 키워주느냐에 따라 영재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뿐. 무엇이 아이를 영재로 만드는 걸까?”

이토록 야심찬 물음을 던지며 시작했으나, 그 해답은 명쾌히 내놓지 못한 ‘영재 발굴단’. 해답은 커녕,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의 오롯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국내 교육 토양의 문제점을 확대재생산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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