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PC업체 휴렛팩커드(HP)의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PC시대의 쇠퇴와 달러 강세에 따른 실적 부진에 허덕이면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커졌기 때문.
HP가 와이파이 장비업체 아루바네트웍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인수 사실이 이르면 다음 주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HP가 전날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고 나서 인수 소식이 흘러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HP는 2015 회계 1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순이익이 13억7000만 달러(주당 0.73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매출은 268억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 감소해 전문가 예상치 273억4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아무리 PC시대가 쇠퇴했다지만 최대 경쟁사인 레노버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올린 것과 대조된다.
실적 부진에 대해 휘트먼 CEO는 가장 큰 이유로 환율을 꼽았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휘트먼 CEO가 전날 실적 발표에서 ‘환율’을 무려 55차례나 언급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HP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나 된다. 달러 강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휘트먼 CEO가 환율을 강조한 것은 외부 변수에도 HP가 무난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춘은 풀이했다. 이어 포춘은 휘트먼이 분사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확신시키려 한다고 해석했다.
아루바 인수는 HP의 중요한 전환점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아직 인수규모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이는 HP의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인수·합병(M&A)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인수 논의 소식에 아루바 주가는 이날 21% 폭등해 시가총액이 24억 달러로 급증했다.
HP는 2015 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10월까지 분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분사 이후 HP는 PC·프린터 사업부와 기업·하드웨어·서비스 사업부 등 2개 사업체로 분리되며 휘트먼 CEO는 기업 부문을 맡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비용절감과 회사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왔던 휘트먼 CEO가 아루바 인수 이후 성장전략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루바는 기업 고객들이 쇼핑몰이나 호텔 등에 자신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돕는 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고객으로는 중국 다롄완다그룹과 LA캘리포니아주립대(CSULA), 카타르 에드잔호텔 등이 있다.
휘트먼 CEO는 전날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M&A를 할 위치에 왔으나 언제 이를 시작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