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를 거의 100% 수입하는 일본이 엔저로 인해 유가 하락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등 다른 나라는 유가 하락에 휘발유 가격도 같이 크게 떨어지면서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달러당 엔 가치가 7년 만에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어 아베 신조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통해 돈을 풀어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6월 연중 고점에서 지금까지 40% 이상 하락했다. 반면 일본의 휘발유 가격 하락폭은 11%에 불과했다. 달러당 엔 가치는 같은 기간 14% 이상 떨어졌다. 엔 가치가 낮아지면 수입제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
일본은행(BOJ)은 지난해 10월 본원통화 공급 규모를 종전의 60~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확대해 엔저를 더 부추겼다. 높은 수입물가 때문에 중소기업이 허덕이더라도 대형 수출기업을 살려보겠다고 한 것. 그러나 이런 통화완화 정책으로 엔이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은 유가하락이 주는 호기를 못 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마츠모토 소이치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엔저가 유가하락 효과를 20% 상쇄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동차는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유가하락 혜택을 일본보다 훨씬 많이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금도 일본 휘발유 가격이 유가만큼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 이유다. 일본은 휘발유 1ℓ당 53.8엔(약 500원)의 세금이 고정적으로 붙는다. 지난주 일본 휘발유 가격은 1ℓ당 135.4엔이었으며 고정세 비중은 40%에 달했다. 아울러 8%의 소비세도 별도로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