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새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그동안 하마평에도 제대로 오르내리지 않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예상치 못했던 인사다.
박 대통령이 이 신임 실장을 선택한 건 그의 정무적 감각과 국정 보좌능력을 높게 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외무고시 출신이지만 정치권에 오랜 기간 몸담아왔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5년 5월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취임하면서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당내 경선 캠프에서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대선 때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고문으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해왔다.
국정원장을 맡은 지 7개월여 만에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도 이런 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이 실장은 대통령비서실 의전수석과 주일본대사, 국가정보원장 등을 지내면서 국제관계와 남북관계에도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직 국정원장을 비서실장으로 데려올 정도로 인물난이 심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때만 되면 터져나오는 ‘회전문 인사’를 이번에도 피해가지 못한 게 사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사혁신을 통해 국정운영기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 불통 인사이며, 국민 소통과 거리가 먼 숨 막히는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기관의 수장을 국정운영의 중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사상 유례 없는 잘못된 인사”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