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텔레비전’으로 본 ‘먹방’ 열풍과 식구(食口)실종 [이꽃들의 36.5℃]

입력 2015-03-02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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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춘장이 아스팔트가 됐다고요? 앗, 어떻게 그런 말을. 다시 해보죠.” 지난달 28일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백종원 사장이 간짜장을 만들다 춘장을 태우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실시간 채팅방에선 폭소하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날 요리와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인 백종원 사장은 걸그룹 AOA 초아의 화장법, 개그맨 김영철의 유쾌한 영어수업을 비롯해 홍진영, 김구라 등 쟁쟁한 이들의 개인 방송을 제치고, 가장 많은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요리 콘텐츠의 힘이 또 한 번 발휘된 순간이다. 최근 요리에 대해 드높아진 관심은 tvN ‘삼시세끼’ 시리즈 등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이제는 레시피, 셰프란 단어도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단순한 음식 정보만이 아닌, 조리하는 과정 자체도 교양을 넘어서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등장했다. 음식은 방송에서 부가적 장치를 벗어나 흥미를 유도하는 전면적인 소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마이리틀텔레비전’은 5.6%의 시청률로, 평일 오후 11시 편성임에도 불구, 시청자의 화답을 이끌었다.

‘마이리틀텔레비전’이 모티브로 삼은 ‘인터넷 방송’에서도 이른바 ‘먹방’은 폭발적 반응을 이끄는 콘텐츠다. 왜일까. 인터넷 방송 세계를 처음 접한 백종원은 평일 낮 시간에도 네티즌의 두드러진 참여가 이어지자 놀라운 나머지 “할 일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채팅방에선 “직장에서 짤렸어요”, “오늘 알바 쉬어요”라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순간순간 빠른 피드백이 오가는 ‘먹방’을 통해 먹는 이도, 이를 지켜보는 이도 상황과 감정을 공유한다.

이처럼 누군가 본다는 걸 전제로 하는 ‘먹방’은 식사하는 과정에서도 소통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한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가 전체 가정 가운데 26%, 전체 인구 중에서 23.9%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구(食口).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이 사전적 의미는 2015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감히 유효할 수 없다. 이를 환기시키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먹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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