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버크셔) 회장의 후계 구도가 2파전으로 굳어졌다. 버크셔의 경영권을 잡은 지 50주년을 맞은 버핏은 올해도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찰리 멍거 부회장이 공개한 다른 서한에 두 명의 이름이 등장해 버핏의 승계 구도가 2파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버핏 회장은 연례 서한을 통해 “이사회와 나에게는 최고경영자(CEO)로서 나의 뒤를 이를 적합한 사람이 있다. 그는 내가 죽거나 내가 물러난 회장직을 맡을 준비가 됐다”면서 “어느 부분에서는 내가 하는 것보다 일을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버핏이 자신의 후계자와 관련해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언급을 되풀이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버핏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멍거 부회장은 가정을 전제로, 버크셔의 재보험 사업을 이끄는 아지트 자인(63)과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대표인 그레그 아벨(53)을 언급했다. 그동안 연례 서한에는 관여하지 않던 멍거가 자인과 아벨을 언급하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까지 나온 후계자에 대한 언급 중 가장 큰 ‘힌트’라고 전했다.
자인 대표는 과거에도 버핏의 승계자로 유력시된 인도 출신 인물로 버크셔의 재보험 분야를 재건시키며 사석에서 버핏이“자인은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라고 설명할 만큼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그는 온화한 성격이나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넓은 시야와 이해력으로 어려운 거래를 성사시키는 능력을 갖춘 자인 대표는 1980년대 중반 버크셔의 아주 자회사였던 가이코(GEICO) 보험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했다.
1984년 알버타대학교에서 무역학 학위를 받고 공인회계자 자격증을 취득한 아벨은 2000년부터 버크셔의 유틸리티 부문에 합류했고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를 세계적 에너지 회사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내 가장 큰 에너지 공급회사인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는 버크셔의 매출 10%를 담당하고 있을 만큼 회사의 미래 핵심사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멍거 부회장은 “만일 버핏 회장이 내일 물러나고 그저 그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그를 승계하고 우리가 대기업을 인수하지 않아도 버크셔는 평균 이상의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며 버핏의 부재에 대한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버핏이 곧 물러난다는 가정 하에 그의 승계자들은 ‘그저 그만한’ 능력의 사람들이 아닐 것이며 예를 들어 자인과 아벨은 ‘세계적’으로 표현될 만큼 능력이 입증된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일각에서는 버핏 회장이 서한에서 ‘젊은 CEO’를 강조한 점으로 미루어, 60대인 자인보다는 50대인 아벨에게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