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그물망같은 기업 지원

입력 2015-03-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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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지난해 이맘때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사건이 생각난다. 다름 아닌 ‘송파 세모녀’ 사건이다. 당시 어머니와 두 딸은 별다른 수입이 없는데도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안타까운 사건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수요자 중심의 복지’,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표방하며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나 예산 규모를 당장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묘책이 바로 그 지역의 가스 검침원이나 전기 검침원, 우체국 집배원 같은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업무 특성상 가가호호 방문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그 동네 주민들의 사정을 주변 이웃 못지않게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기 가정’의 현황을 알려오면서, 긴급 지원을 받게 된 수혜가정이 늘어났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사회 주체들이 힘을 보태준 덕분에 지자체들이 보이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조금씩 메워 나가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촘촘한 그물망식 복지 시스템을 기업지원 서비스에도 적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중소·중견기업을 직접 방문해서 살펴본다면 그 기업에 현재 고급 연구인력이 필요한지, 사업화 아이디어가 절실한지, 자금이 아쉬운지, 그것도 아니면 기술 노하우가 부족한지를 즉각적으로 파악해서 제때 지원해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에서 지자체들이 검침원이나 집배원 네트워크의 손을 빌려 위기 가정을 찾아낸 것처럼, ‘찾아가는 기업지원 서비스’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기업과의 접점을 넓히고, 기업의 가려운 데를 찾아 긁어주는 도우미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직원들이 그 전담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기로 했다.

직원 모두가 기업 한 곳씩을 맡아 그 기업에 적합한 맞춤형 시책 정보를 제공하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른바 ‘1인1사 기업지원 서비스’다. 정부 지원을 원하는 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정보를 적기에 전달하고 복잡해 보이는 제도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면, KIAT 입장에서는 정책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발품을 덜 팔아도 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꼼꼼한 기업지원 서비스는 KIAT가 기업들을 위해 인력, 자금, 기술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주는 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수백 곳이 넘는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정부 정책들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 왔다. 1인1사 기업지원 서비스는 그러한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몇 개가 자사의 주력 사업을 위주로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이끌며 고공 성장을 주도하던 시기는 지났다. 고령화 저성장 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으며, 이제는 저성장 시대를 끌어갈 만한 민간 부문의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 기본은 바로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쟁력을 육성하여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만한 주도 세력으로 키우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KIAT의 1인1사 기업지원 서비스는 이들이 밟고 올라갈 성장사다리를 더 튼튼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완벽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어렵듯, 기업지원 그물망을 촘촘하게 하는 것 역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애정 어린 관심으로 기업의 잠재력을 꼼꼼하게 다시 보고 새로 보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결국 창조경제의 열매를 수확하는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KIAT는 우리의 중소·중견기업들이 한국을 넘어 세계의 떠오르는 별이 될 수 있도록 꼼꼼한 현장밀착형 지원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굿컴퍼니들이 많아져서, 우리 경제 전체에 좋은 기운을 널리 퍼뜨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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