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이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환율하락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시장이 나흘간 추수감사절 연휴를 즐기는 동안 이익실현 매물 크게 증가하며 달러화 급락세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오전 한 때 원달러 환율은 927원대까지 하락하며, 지난 1997년 10월 23일 920.50원(종가기준) 이후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달러화 약세가 ▲주택경기 부진 등 미국 경기 둔화가 확연해짐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움직임,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이 미국 상하 양원을 장악했다는 점 등이 누적된 결과로 판단했다.
이탁구 KB선물 연구원은 "몇차례 930원대 붕괴를 목격했으나 그때마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930원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920원대를 몇차례 목격한 이번 하락강도가 이전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돼 강도가 약한 당국의 방어는 오히려 매도세력에게 좋은 매도기회만을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민주당 선거 승리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된 만큼 현재 주식시장에서 민감한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다만 대형주, 수출주 위주의 약세흐름은 11월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중소형 개별주, 재료보유주들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던 일본 경기가 내수부진으로 향후 기업실적이 하향조정되고 있어 일본 수출주들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긴 연휴를 마친 미국시장에서 이번 주 버냉키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 연설이 줄지어 예정돼 있으나 이보다는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달러화의 큰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이유로 '주택경기 침체'가 지목된 만큼 미국 주택시장 지표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1.6% 성장에 그치며 달러화에 충격을 줬던 3분기 GDP성장률 수정치와 연준이 인플레 지표로 중요시하는 개인소비지출 핵심물가지수가 오는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주택경기 둔화, 일본 경기전망 악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달러화나 엔화대비 강세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920원대의 환율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정부의 개입 등이 이어지며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