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은 납세자의 날이다. 납세자들은 언제나 불만이 많지만 최근엔 연말정산 문제로 더욱 마음이 편치 않았다. 유사 이래 공평한 세정(稅政)은 나라를 잘 이끌어가는 요체였다. 조선의 21대 왕 영조는 호조 당상 청사의 벽에 ‘절용축력(節用蓄力) 균공애민(均貢愛民)’이라고 써서 걸었다고 한다. ‘소비를 줄여 힘(경제력)을 쌓고 세금을 고르게 하고 백성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그 뒤부터 이 여덟 자 중 균공애민이 많이 언급돼 왔다. 임환수 국세청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산중수복(山重水複)’과 ‘균공애민(均貢愛民)’이라는 말을 했다. 산중수복은 ‘갈 길은 먼데 산과 물이 겹겹이 쌓여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말한다. 지난해 세수결손이 10조9000억원이나 된다. 3년째 결손이다. 바닥권 경기에 탈세와 불복은 더욱 지능화·전문화되고, 낼 만한 곳에서 흐름을 가로막고 있으니 물이 제대로 흐를 리 없다.
산중수복은 육방옹(陸放翁)으로도 불렸던 중국 남송의 시인 육유(陸游)의 시 ‘유산서촌(遊山西村)’에서 나온 말이다. 원래는 산궁수진(山窮水盡), 산도 물도 다해 길이 없다는 뜻인데, 산중수복으로 바꿔 쓰고 있다. ‘지난 겨울 농가에서 담근 탁주를 비웃지 마오/풍년이라 닭과 돼지는 손님 맞기 충분하네/산도 물도 다해 길이 없나 했더니/버들 우거지고 꽃 만발한 마을이 다시 하나/피리소리 북소리 어울리니 춘사(春社)에 가깝고/수수한 차림새는 옛 향취를 품었네/이제부터라도 한가로이 달맞이 갈 수 있다면/지팡이 쥐고 밤 어느 때고 문을 두드리리’[莫笑農家臘酒渾 豊年留客足鷄豚 山窮水盡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 蕭鼓追隨春社近 衣冠簡朴古風存 從今若許閑乘月 拄杖無時夜叩門]
이 시처럼 산과 물이 다해 길이 없는 줄 알고 실망한 나그네 앞에 버들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 마을이 어서 나타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