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자사 고객의 통신자료를 제공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집단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이통 3사가 이름·주민번호·주소·휴대전화번호 등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수사기관에 넘기는 데 대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기로 하고 소송인단을 모집 중이다.
소송을 이끄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통사가 수많은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있지만 개별 가입자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서울고법이 2012년 10월 회원의 개인정보를 경찰에 제공한 네이버에 대해 “약관상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위자료로 50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판례를 참작한 것이다.
이 소송은 네이버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 확정이 되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침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이통 3사가 수시기관에 제공한 가입자 통신자료는 762만건에 달한다. 이 모두에 대해 배상금 50만원을 적용하면 이통 3사가 물어야할 총 배상금액은 무려 4조원에 달한다.
앞서 법원은 올 1월 이통 3사가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하고도 그 내역을 당사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위자료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배상 판결 직후 관련 실무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통사 역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어 ‘통신사판 투명성 보고서’라도 내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마땅한 법적인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가입자의 개인정보 보호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게 현재 이통사가 처한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법적인 보완을 통해 해결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