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냄비 등 ‘싹쓸이’ 도둑 9년 만에 검거

입력 2015-03-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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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 일대 빈집을 돌며 고춧가루와 세제 등 생활필수품 등 닥치는 대로 ‘싹쓸이’ 절도행각을 벌인 5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 도둑은 그동안 들어가는 집집마다 중국산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현장에 버리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절도 혐의로 전모(52)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2006년 7월 4일부터 2015년 2월 12일까지 서울 동부권과 서남권, 경기도 성남, 안양 일대의 다세대 주택과 반지하방에서 114차례에 걸쳐 1억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전씨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면 고춧가루와 멸치, 깨, 냄비, 세탁세제 등 식료품과 생활용품까지 무차별적으로 훔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는 매번 물건을 훔칠 때마다 현장에 자신이 피운 중국제 담배의 꽁초를 남겨두는 버릇 때문에 경찰들 사이에서 유명인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담배 종류와 확인된 DNA가 동일했기 때문에 지난 9년간 ‘중국 담배꽁초 절도사건’이라고 불렸으나 치밀한 범행수법으로 수사단서를 남기지 않아 여태 검거가 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CCTV가 없고 인적이 드문 외국인 거주밀집지역을 노렸다.

경찰은 “피해자 대다수는 조선족으로 신용문제 등을 이유로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현금을 집안에 보관하고 있었다”면서 “전씨는 거주자들이 일터에 가는 오전, 오후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2년간 전씨의 뒤를 쫓던 광진서 강력팀은 지난달 12일 금천구 독산동의 범행현장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 블랙박스 영상으로 전씨의 모습을 확인했고, 같은 달 23일 문정동 인근 노상에서 잠복 끝에 전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전씨는 청각장애인으로 노점과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생활비가 부족하자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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