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연착륙 해법은] 1100조 가계빚… 엇갈린 시선

입력 2015-03-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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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위험 경보”vs 정부 당국 “관리 가능”

가계부채 고공행진을 놓고 정부와 전문가들의 시각이 양분되고 있다. 통상 1월은 연말 상여금 지급, 주택거래 비수기 등 요인 탓에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달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 1월은 이같은 예상을 깼다. 7대 시중은행의 1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613억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1월 7650억원 감소했던 것과 극명하게 엇갈린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가계부채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구조개선 노력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총량을 관리해 증가율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가 더딘 만큼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정책과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 증가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부채 잔액는 1089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29조8000억원(2.8%) 증가했다. 전년 대비로는 67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국민 1인당 약 2150만원 수준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17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15조4000억원을 차지했다. 이같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대출 규제를 완화하자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또 전셋값 폭등을 견디다 못한 세입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서고, 여기에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영향도 크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가계부채 증가액은 39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경제가 성장하고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발표가 시발점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주택가격 하락, 금리 상승 등 경제 충격 발생시에도 부실 확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개선 조치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리스크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신용도에 긍정적’이라는 무디스의 지난 1월 평가를 인용했다. 또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단기적으로 거시경제의 위협 요인이 아니며 구조도 강해지고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평가도 곁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변동금리,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우려해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갈아타기 대출상품(안심전환대출) 판매 목표액을 20조원으로 잡았다. 대출자가 일시에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고 고정금리 전환을 통해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대출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 가운데 주택가격 9억원 이하와 대출금 5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대출취급 이후 1년이 경과한 대출 중에서 연체가 없는 정상대출이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라는 것은 결국 가계소득이 늘어나야 줄어들 수 있다”며 “때문에 안심전환대출 시행으로 인한 가계부채 억제 효과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는 “가계부채가 단순히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대출자들이 대출액을 갚을 수 있을 능력이 있는지가 문제”라며 “주택담보 대출액이 급증하고 있고, 만약 외부환경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부실이 생겨 너도나도 집을 내놓고 집값이 폭락하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처럼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사상 최대로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을 섣불리 늘리는 정책은 가계부채 증가 등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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