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사실상 무료로 제공해오던 인터넷 설치 비용을 가입자에게 전액 전가하는 방향으로 약관을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이동통신업계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최근 인터넷 신규 설치비로 2만원, 이사 등으로 인한 이전 설치비는 1만원을 받기로 약관을 변경했다. 대신 3년 이상 약정 가입하는 경우에만 설치비를 평생 면제해주는 조항을 약관에 추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이 변경된 약관을 3일부터, LG유플러스는 4일부터 적용했다. KT는 3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통신 3사는 지금까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인터넷을 신규로 설치할 경우 설치비로 3만원, 이전할 경우 1만원을 받는다고 했으나, 1년 이상 사용하고 자동이체를 신청할 경우 이를 면제해줬다. 사실상 무료 설치였던 것이다.
하지만 통신 3사는 이 같은 설치비 면제 조항을 모두 없애고 신규 2만원, 이전 1만원의 설치비를 가입자에게 받기로 통일했다.
통신 3사의 이 같은 방침은 유·무선 결합 가입자수가 급증함에 따라 인터넷 사용료에 대한 할인폭도 덩달아 커져 관련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3년 이상 약정 가입할 경우 설치비를 평생 무료로 해준다는 조항을 추가해 가입자 지키기에 나서는 한편, 장기 가입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명목도 있다.
그러나 통신 이용료가 가계경제 부담 가운데 식비와 교육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설치비에 대한 혜택 축소는 서민경제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국내인구이동’을 보면 지난해 이사를 한 인구수는 762만9000명이다. 이를 미뤄 한 해 동안 추가적으로 드는 인터넷 이전 설치 비용은 약 7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에 따르면 2014년 11월 기준 초고속 인터넷 월평균 신규 가입자수는 4만3000명으로, 한해 동안 추가되는 신규 설치비는 8억60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 추세라면 2016년 하반기에 전체 가입자수가 2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터넷 설치에 따른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통신비가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에 이르는 상황에서 인터넷 설치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구일수록 이사를 자주 다니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