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청와대ㆍ국회 ‘꼭두각시 산업은행’

입력 2015-03-06 10:26 수정 2015-03-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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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시장부 차장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갑(甲)질’은 권력을 가진 자가 자기보다 약자라고 생각되는 대상 위에 군림하려는 행동이다. 가진 사람들의 일대 반성과 개혁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오랫동안 ‘주인없는 회사’로 일컬어진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를 놓고도 갑질 논란이 뜨겁다. 벌써 3개월 동안 청와대 내정설과 정치권의 외압설 등 갖은 설에 회사 전체가 몇 달째 일시 정지됐다. 최근 몇 년 만에 이 회사 임원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단연 그의 궁금증은 누구의 말이 현실성이 있어 보이냐는 것이다. 반나절 단위로 뒤바뀌는 하마평에 이젠 몸서리까지 쳐진다는 것이다.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그의 말 너머로 1만4000여명에 달하는 대우조선 직원들의 침통한 표정이 보였다.

이 같은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산업은행이다. 대우조선 지분 31.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이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사장 인선건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대우조선 이사회 일정이 한 달째 지연되고 있다. 당초 5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이사회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오는 27일 주주총회 개최 역시 불투명해졌다. 산업은행의 결정만 기다리는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올해 사업계획에서부터 각종 주요 안건들에 대한 결정이 모두 미뤄지고 있다. 이에 직원들의 동요는 물론이고, 주주총회 일정까지 불확실해지면서 개인·기관투자자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흘러가자 일부에선 올해 1월 국책은행으로 복귀한 산업은행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정치권 눈치 보기였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연 매출 16조원의 세계 2위 조선업체가 산업은행의 정부와 정치권 꼭두각시 노릇에 시장원리에 따른 투명한 인사는 남의 집 이야기가 됐다.

물론 연초 통합산업은행 출범으로 대우조선 지분매각 추진이 앞당겨지면서 개혁 성향이 뚜렷한 인물 또는 산업은행과의 교감 확대를 중시하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이도 뒤집어 분석하면 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을 버리고 권력의 비위에 맞는 인사로 교체한다는 의미 또한 담고 있어 여론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우조선이 갑질의 복마전으로 전락한 데에는 그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하도급법 위반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과징급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런 고질적인 병폐와 관련해 책임지고 대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 없는 회사로 있던 까닭에 대우조선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사람이 없다.

결국 이같은 악순환 역시 정권 실세들의 낙한산 인사로 인해 초래됐다. 앞서 대우조선에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오동섭 전 한나라당 국장, 함영태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 박근혜 정부 실세들이 사외이사와 고문 등으로 대거 영입됐다.

산업은행 회장은 본인 스스로 낙하산 인사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한다. 대우조선을 낙하산 인사의 온상으로 활용하려는 산업은행의 인사 관행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연임이든 교체든 빠른 결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미 정권의 눈치보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판에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라도 이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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