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터미널… 인천공항에 톰행크스가 무려 6개월이나

입력 2015-03-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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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터미널 사건이 화제다. 영화 터미널에서 벌어진 일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그대로 일어난 것이다.

'터미널'은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귀국할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한 동유럽인이 뉴욕 JFK공항 환승구역에서 9개월 동안 지내며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프리카인이 인천국제공항 한복판에서 꽤 오랫동안 숙식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A씨가 이틀간 여객기를 세 번 갈아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2013년 11월. 내전이 반복되는 고국에서 입영을 거부하고 도망치듯 떠나온 A씨는 출입국관리 당국에 난민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당국은 난민 신청 사유가 부족하다며 A씨의 입국을 불허하고 이튿날 그를 태우고 온 항공사에 송환지시서를 보냈다. 영어에 서툰 A씨가 진술을 오락가락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귀국하면 금세 구속될 것이라며 버틴 A씨는 항공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송환 대기실(출국 대기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변호사를 선임해 기나긴 소송전을 시작했다.

환승구역 내 대기실은 한번 들어가면 출국 전까지는 나올 수 없는 사실상 구금시설이었다. 당시에는 침구조차 갖추지 못했다. A씨는 거기서 치킨버거와 콜라로 끼니를 때웠다.

A씨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송을 3건이나 냈다.

송환 대기실에서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인신보호 청구소송,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게 해달라는 헌법소송, 정식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행정소송 등이었다.

우선 인천지법은 작년 4월 대기실 수용이 법적 근거없는 위법한 수용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당국은 그제야 A씨를 환승구역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줬다. 무려 5개월 만에 풀려난 것이다.

20여일 후 당국은 면세점 매장을 전전하는 A씨의 입국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에는 송환 대기실 내 난민 신청자의 변호인 접견권을 허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 가처분이 나왔다.

난민 지위를 얻으려는 A씨의 고군분투는 입국 후에도 계속됐다. 모든 소송과 판결이 첫 사례로 기록됐다.

그의 노력은 서울고법이 올해 1월 말 난민 심사조차 받지 못하게 한 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결실을 보았다. 이 판결은 당국이 상고를 포기해 최근 확정됐다.

A씨는 지난달 1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 1년 3개월 만에 마침내 정식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헌재 본안소송 선고도 기다리고 있다.

당국이 규정을 엄격히 따진 데 반해 법원과 헌재는 인권보호의 가치에 집중했다. "가끔은 규정을 무시하고 사람에 집중하세요"라는 영화 '터미널'의 대사를 상기시켰다.

그동안 A씨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온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세계 최고 공항'의 이면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난민법 시행에 걸맞은 출입국관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판 터미널 소식에 네티즌들은 "한국판 터미널, 믿을수 없어요", "한국판 터미널, 인천공항에 대한 자부심이 깨졌다", "한국판 터미널, 톰행크스 같은 사람이 있다니"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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