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08’이 국내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연비다. 2008은 국내에서 17.4㎞/ℓ(고속도로 19.2 ㎞/ℓ·도심 16.2㎞/ℓ)의 연비를 인증받았다. 그러나 2008를 주행해 본 운전자들은 실제 연비가 이보다 높게 나온다는 말을 할 정도로 2008의 연비 효율성은 경쟁 차종을 압도한다.
최근 2008을 나흘 동안 120km를 시승한 결과, 연비는 19.8km/ℓ를 기록했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모두 주행했으며 평소 운전 습관 그대로 운행했다. 단, 급출발과 급가속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태연하게 공인연비를 넘긴 2008은 연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큰 장점으로 부각될 게 분명했다.
2008의 고효율 연비를 가능케 한 기술로는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 기어박스가 꼽히고 있다. MCP 기어박스는 수동 기반의 전자 제어 트랜스미션 시스템이다. 수동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연비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변속의 재미도 있다. 스티어링휠 뒤쪽에는 기어를 바꿀 수 있는 패들 시프트가 위치해 있다. 다이내믹 모드로 전환하면 패들 시프트를 간단히 눌러 운전자가 원하는 시점에 기어를 바꿀 수 있다. 고사양의 자동차에 장착된 이 기능을 푸조는 MCP 기어박스를 통해 저가의 소형 SUV에서도 구현해 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수동을 기반으로 한 변속기이다 보니 운전 모드를 자동 변속으로 설정해 놓을 경우 변속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툭’ 걸리는 느낌 없이 변속되는 자동변속기에 길들여진 운전자라면 처음에는 “이 차가 왜 이러지”하며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고효율 연비를 고려하면 참아줄 수 있는 정도다.
앙증맞은 디자인은 거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시승한 차는 외관과 실내에 연두색 계열의 스티커를 붙여 포인트를 줬다. 2008을 접한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2008은 여유로운 운전을 즐기는 차다.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23.5㎏·m다. 쭉 뻗어나가는 주행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신 50ℓ의 주유탱크를 모두 채우면 한 번에 10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한 뒤에도 기름이 조금 남는다는 얘기다.
2008은 올해 최대 60만원 가격을 내리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2008은 이달 초 라인업을 기존의 펠린, 알뤼르, 악티브에서 펠린 L, 펠린 S, 악티브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펠린 L은 기존 3150만원에서 3090만원으로 가격을 인하했다. 가격은 내렸지만 40만원 상당의 후방카메라, 스포츠 알루미늄 페달이 기본 사양으로 추가 장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