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이트에서 만나 서로 위안을 얻으며 재기를 꿈꿨던 커플이 결국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동반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으로 생을 마무리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매일경제신문이 9일 보도했다.
미혼인 A씨(37)와 기혼자인 B씨(38·여)가 만나게 된 것은 지난해 말 한 자살사이트에서였다. 고교 졸업 후 중국집 배달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모았던 A씨는 나이 서른에 덜컥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두 차례의 수술과 이어지는 긴 항암치료에 모아둔 돈은 사라지고 설상가상으로 암은 재발했다.
도저히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A씨는 생을 포기할 요량으로 자살사이트에 접속했다가 B씨를 만나게 됐다. 세 살배기 딸을 데리고 살던 B씨는 당시 스포츠 도박에 빠진 남편으로 인해 결혼생활이 파탄 지경에 이르자 극단적 선택을 모색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기구한 삶에 지쳐 있던 이들에게 자살사이트는 역설적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계기가 됐다. “왜 죽으려 하느냐“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이들은 곧 만남으로 이어졌다. 경기도 안양시의 허름한 월셋방(보증금 300만원·월 30만원)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말기 암환자에 생계활동이 불가능했던 A씨는 더욱 B씨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었고, B씨도 암투병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A씨의 힘든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자살사이트에서 희망을 결심한지 두 달째인 지난달 26일. 안양동안경찰서는 B씨 가족으로부터 자살 의심신고를 받고 출동해 A, B씨가 살던 월셋방에서 이들과 B씨의 세살배기 딸 등 3명이 나란히 누워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검 옆에는 한장의 유서가 놓여있었다.
“열심히 잘 살아보려 했지만 잘 안 됐습니다.”라고 시작한 이 유서는 A씨와 B씨가 차례로 절반씩 나눠 쓴 것이었다. 불과 두 달만에 허무한 희망으로 끝난 이들의 선택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차라리 이들이 (자살사이트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이라며 한숨을 쉬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