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아산의학상, 서울대 박종완·성균관대 이명식 교수 선정

입력 2015-03-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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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성장억제 인자 규명-당뇨병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수여하는 국내 의학계 최고 권위의 ‘제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에 박종완(54) 교수, 임상의학부문에 이명식(59) 교수가 선정됐다.

기초의학부문 수상자 박종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의 세포 반응 연구를 통해 암의 성장 억제 인자를 밝힌 업적을 높이 평가받았고, 임상의학부문 수상자 이명식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세포의 자가포식 연구를 통해 당뇨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치료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젊은의학자부문에는 기존 유전자 가위의 부작용을 줄인 RNA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김형범(40) 연세대 의대 교수와 복강경 수술의 우수성을 입증해 부인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치료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데 기여한 박정열(41)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선정됐다.

기초․임상부문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3억원이,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5천만원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19일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다.

아산의학상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해 기초·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뤄낸 국내 의과학자를 발굴해 격려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제정됐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국내 의과학계 발전을 위해 2011년 조성한 아산의학발전기금을 2012년 300억 원의 규모로 확대해 아산의학상 시상 및 수상자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시상대상에 해외 의과학자를 포함시킬 계획이다.

기초의학부문 - 박종완 서울대 의대 교수

‘제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에는 생명체 유지에 필수적인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포가 적응하는 현상을 연구해 HIF 단백질이 저산소의 응급상황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박종완(54세)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박종완 교수는 세포 내 저산소 환경을 극복하는 HIF(Hypoxia-Inducible Factor, 히프)의 조절 기전과 기능을 밝혀내고, 암이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HIF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항암제를 찾아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HIF는 세포 안의 산소가 부족하면 저산소 적응 유전자를 생성하고, 산소가 세포로 들어오는 통로인 혈관을 만드는 등 세포를 살리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포 내 산소가 충분하면 생성된 지 5분 만에 소멸한다.

HIF는 정상세포뿐만 아니라 암세포에도 존재한다. 정상세포에 비해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탓에 산소를 많이 소모하는 암세포에서 HIF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 HIF는 저산소 적응 유전자와 혈관을 생성해 저산소 상태에 빠진 암세포를 구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주목한 박 교수는 HIF를 억제하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HIF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항암물질을 찾아냈다. 이 항암물질은 동물실험을 통해 그 효과가 증명됐다.

이러한 연구업적은 항암치료제 개발은 물론이고, 산소가 부족해 발생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 뇌경색, 빈혈 등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에도 이론적인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평생 저산소 세포반응 연구에 헌신한 박 교수는 ‘미국국립암연구소저널(Journal of National Cancer Institute)’, ‘헤파톨로지(Hepatology)’, ‘가스토엔테롤로지(Gastroenterology)’, ‘몰리큘러 셀(Molecular Cell)’, ‘블러드(Blood)’ 등 국제 저명학술지에 1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국내 기초의학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상의학부문 - 이명식 성균관대 의대 교수

임상의학부문에는 당뇨병과 대사질환 연구를 통해 자가포식과 당뇨병의 관계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히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한 이명식(59) 성균관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가 선정됐다.

이명식 교수는 췌장 베타세포의 자가포식(autophagy)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췌장에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인슐린 분비에 이상이 발생해 성인 당뇨병이 생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췌장 베타세포에 아밀로이드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축적되면 인슐린 기능의 장애가 발생해 성인 당뇨병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왜 아밀로이드가 췌장 베타세포에 쌓이는지 몰랐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스스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인데, 췌장 베타세포가 자가포식 기능 이상으로 비정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제때 제거하지 못한 게 성인 당뇨병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는 지난 2008년 대사성 질환의 최고 권위지인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에디토리얼(editorial)에 소개됐다.

또한 이명식 교수는 자가포식 기능 이상으로 미토콘드리아에서 분비되는 물질의 정체와 역할도 밝혀냈다. 그동안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만 했던 마이토카인(mitokine)을 세계 최초로 확인한 것이다.

마이토카인이 성인 당뇨병의 원인 중 하나인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키고, 체중과 지방을 줄어들게 한다는 것으로 이는 성인 당뇨병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제 개발의 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 논문은 2012년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이밖에도 소아 당뇨병의 비밀을 푸는 시초가 되는 논문을 ‘이뮤니티(Immunity)’에 발표하는 등 당뇨병과 대사질환 연구에서 국제학계를 선도하고, 여러 국제학회에서 초청연사로 활약하는 등 임상의사로서 드물게 기초연구에서도 세계적인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젊은의학자부문 - 김형범 연세대 의대·박정열 서울아산병원 교수

젊은 의학자 부문에는 김형범(40세) 연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와 박정열(41세)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형범 교수는 유전자의 일부를 자르고 붙이는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존의 유전자 가위에 비해 안전성과 정확성을 높인 RNA 유전자 가위를 개발하는 등 우수한 연구를 잇달아 발표해 차세대 의과학자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표적 유전자를 찾아가는 가이드 RNA와 유전자를 절단하는 단백질로 이뤄진 한 쌍의 유전자 가위를 세포 안에 주입하기 위해 플라스미드라는 운반체에 실어서 전달했는데, 플라스미드도 DNA의 일종인 탓에 세포 DNA에 원하지 않는 돌연변이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김 교수는 유전자가위를 플라스미드에 넣는 대신 세포투과성단백질과 결합시켜 별도의 운반체 없이 세포 안으로 자동 삽입하는 RNA유전자가위를 개발해 부작용을 없앤 것이다. 이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일부가 잘리거나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치료법 개발의 기반 기술을 제공한 김 교수의 연구는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표지논문으로 선정됐고, 그 밖의 유전자 가위 연구도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등에 발표됐다.

박정열 교수는 환자의 흉터와 통증을 최소화시키는 복강경 수술을 통해 부인암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젊은 부인암 환자들의 가임력을 보존하는 치료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박 교수는 복강경 수술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입증해 개복수술이 지배적이었던 부인암 수술 패러다임 변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서 부인암 환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복강경 수술의 5년 생존율이 95.2%로 개복수술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또한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난소암을 가진 젊은 여성들의 가임력을 보존하는 치료를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특히 자궁내막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 치료 연구는 장기간 추적 결과를 보여준 최초의 연구이자, 치료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인자를 처음으로 찾아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치료성과는 암 분야 권위지로 알려진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 ‘미국산부인과학회지 (American Journal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등 유명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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