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기어 3가지는?…디플레이션·환율 전쟁·유동성 함정

입력 2015-03-10 09:43 수정 2015-03-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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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서는 ‘디플레이션’, ‘환율 전쟁’, ‘유동성 함정’이라는 이 세 단어가 사실상 ‘금기어’다. 단순히 이들 단어가 경제학적으로 큰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고차원의 방정식이 된 통화정책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중앙은행의 고민이 깔려 있다.

작년부터 저물가 장기화로 디플레이션이 경제계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여기에 올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뜻한다. 흔히 6개월(일본), 또는 2년(IMF) 이상 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물론 이를 ‘저성장, 저물가’ 로 대체해 쓰도록 방침을 세웠다. 한은 관계자는 “디플레가 아닌데 디플레라는 표현이 자주 오르내리게 되면 저물가, 저성장 기조에서 이뤄져야 하는 통화정책보다 더 과도한 통화정책을 사용하도록 하는 압력을 키울 수 있다”며 “통화정책의 여력을 불필요하게 소진할 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즉 경기가 회복은 되고 있으나 그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돼 금리 인하 필요성이 과도하게 부각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한은은 ‘환율 전쟁’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월 양적완화 시행을 발표하자 여러 주요국들이 통화완화 조치에 취하면서 환율 전쟁은 올해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러나 한은은 환율 전쟁이 아니라 ‘각국 통화정책의 동조화’라고 쓰도록 지침을 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등의 특정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환율 수준을 정하고 돈을 푼다는 의미의 환율 전쟁은 지금 상황과 맞지 않다”며 “현실적으로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단순히 통화량만으로는 목표 환율에 이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전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 절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격렬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최근 “교과적인 환율 전쟁은 그야말로 환율만을 목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일종의 ‘제로섬’게임인데 현재 각국의 통화정책은 자국의 디플레이션을 막고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어서 성격이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원화가 환율 전쟁으로 ‘나홀로 강세’를 띠는 점까지 주목되면 금리 인하 요구는 더욱 커지게 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기준금리 1%대 시대로 진입하는 것에 대해 통화정책 당국으로서 갖은 상당한 부담감이 이런 언급을 피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제가 시장에 현금이 넘치는데도 생산, 투자, 소비가 늘지 않아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지난해 8, 10월에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내부적으로는 금리 인하 후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 자체가 유동성 함정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가계부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은은 전략적으로 유동성 함정 문제에 대해 반박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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