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투자 ‘봄’은 오는가

입력 2015-03-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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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美 재고 넘쳐…공급과잉에 가격상승 어려울듯‘철강’수요는 적고 공급은 늘어 구리값 전망 어두워‘금’ 당분간 약세 전망…하반기 상승 시각도

유럽과 중국 등 선진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자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호황기에 들어가면 원자재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인 ‘달러’와 선진국의 경기, 수급 등의 조건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부담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자재 가격 기준은 ‘달러’다.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원자재 가격은 내려간다.

최근 달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본격화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고, 일본 역시 양적완화와 관련된 코멘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달러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돼도 원자재 수요가 늘면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

그러나 수급 측면에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원자재 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원유와 일부 비철금속은 공급 과잉 이슈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원유나 비철금속 가격이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단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유가, 매크로보다 수급이 더 중요= 유가는 원자재 중 비중이 높고 다른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격 방향이 중요하다. 과거와 달리 현재 유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수급이다. 단기적으로 리비아 내전, 이슬람국가(IS)의 중동 산유국 공격 등으로 공급량이 감소해 유가는 반등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공급과잉, 강달러 기조 속에서 유가의 상승 추세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중동(OPEC)이 시장점유율 경쟁이다. 원유 시장에서 카르텔을 형성했던 중동(OPEC)과 미국이 점유율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급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 1월까지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40달러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지만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지난달 리비아의 유전 생산지인 알마부르크가 무장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 생산량에 큰 차질은 없지만 리비아 정세 불안이 유가 하락을 방어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4월 원유 판매 가격 인상한 것도 유가 급락세를 방어했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아시아 원유 수출 판매가(OSP) 인상이 정책적이지는 않지만 수요 강세를 반영한 결과일 수 있어 호재로 작용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유가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WTI(2015년 4월물) 가격은 전주 대비 0.3% 하락한 배럴당 49.6달러, 브렌트유(2015년 4월물) 가격은 4.6% 하락한 59.7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4월에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80년만에 최대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전주 대비 1030만배럴이 증가한 4억4440만배럴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이 지속될 경우 현물 시장에서 매도세가 쏟아져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결과도 유가에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효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 부담 및 계절적으로 부진한 수요 등이 영향을 미쳐 상반기까지는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며 “3월말 이란 핵 협상 시한을 앞두고 타결 분위기가 고조될 경우 OPEC의 원유 공급 확대 전망이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급업체들의 생산 부담이 커지고 있어 하반기에는 유가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중국 경기회복이 관건 = 중국 경기와 밀접한 철강과 비철금속, 특히 구리 전망은 밝지 않다.

6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 전기동 가격(3개월물)은 전주 대비 2.5% 하락한 5745달러로 마감했다. 연초 6247달러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전기동 가격은 중국 인민은행이 양회(정협ㆍ전인대)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경기 부양 및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기대감에 지난 달 6주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의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가격의 반등 추세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 간 구리 가격과 밀접한 연관성이 나타나고 있는 중국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나오면서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겠지만 업황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아 제한적인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2월 제조업 PMI는 50.7로 1월(49.7)과 시장 전망치(50.1)을 상회했다. 경기 부양과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기대감이 존재하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7% 하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 대신 방어 수준의 성장책을 제시하면서 철ㆍ구리 등은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가격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1월 중국의 전기동 수입량은 30만톤으로 전월 대비 4.7%,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반면 국제구리연구그룹(ICSG) 추산한 올해 구리 광산생산과 정련구리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각각 6.7%,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도 과거 대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수요 부진과 함께 올해부터 공급 과잉으로 구리 가격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 지금이 투자 적기 = 안전자산인 금은 달러 가치와 반대된다. 때문에 달러 강세 여부가 금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중장기적으로 달러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ECB의 양적완화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당분간 금값 약세가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

김문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 금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라며 “ECB의 양적완화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져 유동성 증가 기대보다는 오히려 금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실물 수요 개선과 인플레이션 안정화 등으로 금값이 상승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제황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금 수요는 귀금속 및 실물 투자용 모두에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라며 “특히 인도의 경우 무역수지 적자 부담이 줄면서 금 수입 제한조치가 축소되면서 실물 부문의 금 가격 상승 압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달러 이외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금값을 좌우하는 요소다. 시장금리와 마찬가지로 금값 역시 기준금리의 움직임이 선반영된다. 현재 금값 하락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하반기에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면서 금값이 높아진다는 시각도 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는 금값 하락 압력이 크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물가 하락 압력이 적어지면서 금값 하락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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