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동들이 학업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학업 스트레스가 높은 만큼 한국 아동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연구위원은 11일 보건복지포럼 최근호(2월호)의 '한국아동의 주관적 웰빙수준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2013년 한국아동종합실태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한국 아동의 주관적 웰빙(well-being) 상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2013년 발표한 '부유한 국가 아동의 주관적 웰빙' 조사 결과와 같은 지표를 한국 아동들에게 적용한 결과,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UNICEF 조사 대상 국가인 29개국 모두보다 높았다.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학업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4점만점 중 3점 이상인 아동이 전체 아동 중 차지하는 비중이다.
UNICEF의 조사 대상 국가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등 세계 주요 국가가 포함돼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 이스라엘, 터키, 뉴질랜드, 호주는 빠져있다.
한국 아동들의 데이터는 2013년이 기준이지만 UNICEF의 조사는 2009~2010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두 조사 모두 11세, 13세, 15세를 조사 대상으로 했다.
한국 아동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전체 평균 33.3%보다 17.2%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가장 낮은 네덜란드(16.8%)의 3배나 된다.
한국 다음으로 학업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나라는 스페인(49.4%), 슬로베니아(48.9%), 포르투갈(47.2%), 핀란드(44.6%) 순이었다. 영국(42.1%)과 미국(40.6%)은 평균보다 높은 편이었으며 프랑스(20.8%), 독일(23.9%), 스위스(24.7%)은 평균보다 낮았다.
학업 스트레스가 높은 만큼 학교 생활 만족도는 낮은 편이어서 한국 아동들의 학교 생활 만족도(학교를 매우 좋아한다고 응답한 아동들의 비율)는 30개국 중 끝에서 다섯번째인 26위였다.
한국 아동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18.5%로 전체 평균인 26.7%에 한참 못미쳤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체코(17.3%), 핀란드(15.3%), 이탈리아(14.8%), 에스토니아(9.2%) 뿐 이었다.
학교생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아일랜드(42.5%)였으며 영국(27.6%)과 미국(30.7%)은 평균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높은 학업 스트레스와 낮은 학교 생활 만족도로 인해 한국 아동들의 삶 자체에 대한 만족도(삶에 대해 중간이상 만족하는 비율)는 60.3%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았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이 같은 삶의 만족도 항목 조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조사대상 중 27개 국가가 80%를 넘었는데 80%가 안되는 루마니아(76.6%), 폴란드(79.7%)도 한국과 큰 차이가 났다.
어머니와의 대화 용이성(고민되는 것에 대해 대화가 용이한 비율)은 82.9%로 평균치인 82.9%와 비슷했다. 아버지와의 대화 용이성은 63.7%로 평균인 66.4%에 못미쳤다.
학업스트레스나 삶의 만족도 같이 정신적인 지표에 대해 한국 아동들은 부정적인 쪽으로 높은 순위에 있었지만 육체 건강 관련 지표에서 한국 아동들의 점수는 긍정적인 쪽으로 단연 높은 편이었다.
주관적 건강상태(건강상태가 나쁘거나 매우 나쁘다는 비율)는 2.6%, 건강관련 신체증상(지난 6개월간 두통, 복통, 우울, 짜증, 불안 등 8개 신체증상 중 2개 이상을 1주에 1번 이상 경험한 비율)은 4.6%로 각각 30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고 있는 정도가 높음을 보여줬다. 두 지표의 평균값은 각각 13.4%, 29.9%였다.
보고서는 "한국 아동들의 삶의 만족도와 학업 스트레스는 최악인데 반해 주관적 건강상태와 신체증상은 최고인 극단적인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부분적으로는 고통에 대한 높은 인내심이나 학력 위주의 경쟁적 학교 환경 등 한국의 문화, 환경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