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세워져 있다.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지 않은 채 한 손에는 저울을, 또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법전을 들고 있는 것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심판한다는 뜻이고, 눈을 가리지 않은 것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의의 여신상은 곧 법관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법관은 재판에서 한쪽으로 편향되거나 사적인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법에 따라 판단하는 엄정함과 공정함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한민국 군사법원은 정의의 여신상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최근까지 구속했던 현역 군인은 총 5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4명은 군사법원에서 보석 또는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에 연루된 방위사업청 소속 황모 대령과 최모 중령은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보석으로 석방됐다.
또 야전상의 납품 물량을 특정 업체에 몰아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방사청 김모 대령은 지난 6일 보석으로 풀려났고, 시험평가서를 거짓으로 꾸며 적탄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이 납품되도록 한 혐의로 구속된 박모 중령 또한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다.
현재 구속 상태인 현역 군인은 불량 방탄복 비리로 박 중령과 함께 구속됐던 전모 대령이 유일하다. 물론, 이들 가운데 다수가 구속 후 혐의점이 명확하지 않아 풀려났다면 굳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군인들을 석방한 근거를 합수단 측에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적용한 법 조항에 대해서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더 아이러니한 것은 합수단 출범 이후 예비역 군인과 업체 관계자 등 민간인 신분으로 구속된 피의자 총 17명 가운데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등으로 풀려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방산비리 관련 구속 피의자 80%는 군사법원을 통해 자유의 몸이 된 반면 민간법원 석방률은 0%다. 이를 접한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군사법원은 관대하고, 민간법원은 피도 눈물도 없다고 생각할까.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구속된 현역 군인 5명 가운데 4명이 풀려난 정황을 감안할 때 군사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입을 모을 것이다.
아울러 합수단 수사 이후 드러난 방산 비리 실체가 어마한데도 불구하고, 군사법원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 자르기 식’ 해법에 나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오죽하면 일각에서 민간법원의 법관을 의미하는 정의의 여신상이 군사법원에는 통용되지 않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까. 그렇다면 민간법원과 마찬가지로 군사법원의 잣대가 올곧게 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는 아마도 각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이 군사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현 구조를 개혁함으로써 (군사법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