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 ‘문어발 겸직’…주총 도마 위에 올랐다

입력 2015-03-11 14:13 수정 2015-03-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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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주요기업들의 슈퍼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선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총수와 총수일가의 과도한 사내이사 겸직, 과거 비리사건에 연루된 사례로 인한 적격성 여부 등이 발목을 잡았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 결산기업의 정기주주총회에 각 기업별 사내이사 선임건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먼저 국민연금의 의안분석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과도한 사내이사 겸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관련 외부 자문기관으로 기업지배구조원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자문기관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현대제철 등 총 6개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측은 정 부회장이 과도한 겸임으로 사내이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적격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업가치 훼손 전례도 문제로 삼았다. 과거 2006년 정몽구 회장이 배임과 횡령혐의로 기소될 당시 정 부회장이 사건에 연루됐었다는 사실도 재조명됐다. 이후 글로비스가 현대차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로부터 부당지원을 받았고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철강 계열사와 연관성이 높다“며 ”계열사간 효율적인 경영과 향후 거시전략 등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계열사별 기업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의안분석 자문기관의 결과를 얼마만큼 받아들일지도 관심이다. 공단은 현대차 지분 약 7.01%를 보유중인 2대 주주다. 그만큼 오는 13일 현대차 주총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서경배 회장의 과도한 겸직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이같은 문어발식 겸직에 이어 기업가치 훼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쇼핑 사내이사 재선임, 신동빈 그룹회장의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재선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스틴베스트는 롯데쇼핑이 지난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세금 탈루 등의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약 6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던 사실을 근거로 내세웠다. 주총에 앞서 신 회장 부자의 재선임 적격성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삼성화재가 주총 안건으로 올린 전용배 부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가결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스틴베스트는 전 부사장이 과거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에 연루됐던 것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 행사를 주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의안분석 자문기관의 역할이 이번 주총에서 얼마만큼 실제 효력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할 상황”이라며 “기관을 포함한 주요 주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번 주총은 향후 기업 지배구조와 승계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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