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달러 강세 기조가 거세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우리나라 원화 절하 속도는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종가 기준 원화는 달러당 1122.6원으로 1096원 수준이던 3월 초와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2.39% 올랐다. 11일 종가는 10일보다 3.9원 더 오른 1126.5원이었다.
같은 기간 일본(1.82%), 말레이시아(2.07%), 싱가포르(1.66%), 인도네시아(0.97%), 태국(0.93%), 대만(0.75%) 등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보다 절하 속도가 빠른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일 1099.1원과 비교하면 2.14% 올라 석 달간 상승 폭보다 최근 일주일간 상승 폭이 더 급격했던 것이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의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오는 6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는 빠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과 일본의 양적완화 기조도 강 달러 현상을 부채질하는 중이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일 기준 98.618로 지난 2003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돼 온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에도 그동안 원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하 폭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했을 때 달러 대비 일본 엔화는 12.65%,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12.96%, 싱가포르 달러는 8.90% 각각 절하됐으나 원화의 절하 폭은 7.19% 수준이었다.
그러나 3월 들어서는 다른 통화보다 원화가 더 빠른 속도로 절하되고 있다.
이는 연초 실물경기 성적이 부진하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단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며칠간의 원화 약세는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나 추가 유동성 공급 등 완화적 통화 정책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달러와 원화 약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올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2분기 1126원, 3분기 1132원, 4분기 1137원으로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자금 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은 펀더멘털이 많이 개선돼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 유출 등 1차적 영향은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와 태국, 필리핀 등 신흥국이 충격을 받으면 2차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