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관피아’…슬그머니 풀어놓은 ‘민간근무휴직제’

입력 2015-03-12 09:19 수정 2015-03-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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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경유착을 우려해 민간근무휴직제를 다시 확대하면서 현직 ‘관피아’논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간근무휴직제는 공무원이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며 선진 경영기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이와 관련 최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의 민간근무휴직제 제한 기업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 또 지원 가능한 직급도 현행 4~7급에서 3~8급으로 한층 넓히기로 했다.

다만 민간근무 시 실적을 공개하고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등 민관유착 소지를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사혁신 과제 중 가장 불협화음이 많았던 민간근무휴직제 확대가 슬그머니 끼워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부처에 나온 공무원에 사실상 누가 일을 시키겠느냐”며 “대접만 받다가 오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7월부터 시행된 민간근무휴직제는 초기엔 지원이 미미하다가 2005년엔 전년대비 100% 넘는 지원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같은해 당시 중앙인사위원회는 만 45세 이하로 제한해온 대상공무원의 연령을 3급 과장은 50세까지, 4.5급은 48세로 완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민간근무휴직제를 둘러싼 정경유착의 병폐는 해마다 불거져 나왔다.

2006년 국정감사에선 공정위원회 속 휴직 공무원 11명은 근무 중인 법무법인 등에서 평균 6000여만원의 부당보수를 받아 챙겼다.

또 민간근무휴직제를 시행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현직 간부들이 기업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에 진출해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의 소송에 참여하는 사례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듬해에도 공정위 직원들이 공무원 봉급에 4~5배가 넘는 돈을 수령해 눈총을 받았다.

당시 교육과학부는 200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산하기관 등에서 근무한 교과부 고용휴직자 중 15명이 억대 연봉을 받았으며 나머지 직원들 또한 휴직 전 연봉에 비해 수천만원씩 더 받고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대가로 해당 학교에 연구개발(R&D) 사업비를 따오는 등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밖에 기업이익과 관련성이 깊은 법무법인이나 대기업은 휴직제를 이용하던 공직자를 직접 채용하거나 퇴직 후에 채용하는 등 편법으로 정부와 ‘끈’을 이어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2008년 민간근무휴직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가 2010년 하반기 다시 재개됐다. 관련법령을 정비한 것은 2012년으로 이때 정경유착을 우려해 법무법인과 함께 대기업을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현관예우’라 불리는 민간근무휴직제의 대기업 제한이 풀리면서 정부의 관피아 척결 의지가 크게 후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지난해 관피아 논란이 크게 논란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과거 폐지논란이 일었던 민간근무휴직제에 대기업을 끼워놓은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2007년에도 정경유착 방지를 위해 다양한 제도가 추가됐지만 이를 근절하지 못했다며 관피아를 비호하는 잘못된 정책방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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