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은 대체로 조용하다. 저마다 죄 지은 듯 고개를 떨구고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그런 자세이므로 서 있는 사람들은 1인이 아니라 1.3인쯤의 공간을 차지한다. 가방까지 멘 경우는 더하다. 이어폰을 꽂고 앉아 동영상을 보며 낄낄거리는 녀석도 있다. 그런 사람이 방귀를 참다가 음악이 가장 시끄러운 대목에서 때는 이때다 하고 한방 내질렀다. 그런데 사방에서 눈총을 쏘는 게 아닌가? 어? 어떻게 알았지? 이어폰을 낀 자기만 방귀 소리를 못 들은 것이었다.
인간은 어리석은 일을 곧잘 저지른다. ‘여씨춘추(呂氏春秋)’ 불구론(不苟論)의 자지편(自知篇)에 나오는 엄이도령(掩耳盜鈴)이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 성어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에는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여섯 가문이 있었다. 권력투쟁 과정에서 범씨(范氏)와 중항씨(中行氏)가 먼저 망했다. 그때 범씨 집에 침투해 유명한 종을 훔치려는 자가 있었다. 그러나 종이 너무 무거워 들고 갈 수 없었다.
도둑은 종을 조각 내 가져가려고 망치로 쳤다. 종소리가 크게 날 수밖에. 놀란 도둑은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한답시고 자기 귀를 막았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는 엄이도종(掩耳盜鐘), 종을 훔치는 것이었으나 후세에 내려오면서 크기가 작은 방울로 바뀌었다. 엄이투령(掩耳偸鈴)도 같은 말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임금이 바른말을 하는 신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듣지 못한다고 남도 자기의 잘못을 모르는 줄 아는 지도자는 엄이도령의 도둑과 똑같다. 비슷한 말로 엄목포작(掩目捕雀) 폐목포작(閉目捕雀)을 들 수 있다. 눈을 가리고 참새를 잡는다는 뜻인데, 제 눈을 가리면 참새가 나를 못 본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눈 가리고 아웅, 눈 감고 아웅, 눈 벌리고 아웅, 귀 막고 아웅, 다 비슷한 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