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세종] 376조 주무르는 ‘막강 1급’… 17명 중 16명 장·차관 ‘감투’

입력 2015-03-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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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간지기’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인심이 아닌 냉혈지심이 필요한 곳간도 있다. 바로 나라 재정의 엄중한 분배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의 자리다.

예산실장은 376조원(2015년 기준)에 달하는 중앙정부 예산을 직접 주무르기 때문에 정부 부처 중 장·차관을 제외하고 가장 영향이 큰 1급 직책이다.

예산실은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제한된 재정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예산실장은 항상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미래 비전을 구현해 할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다.

특히 지난해와 같이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그만큼 예산을 처리하는 손길도 긴장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예산실장직은 옛 재무부 라인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이끈 옛 경제기획원(EPB) 라인의 꽃으로, 또한 정부와 정계, 재계에서 ‘파워 엘리트’로 자리매김해 왔다.

예산실장이 속한 EPB 라인은 예산과 기획 등 거시경제를 주 전공으로 하기 때문에 기획과 비전 제시에 탁월하다. 예산실장을 중심으로 한 EPB 라인은 노태우 정부 전엔 재무부 라인 대신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잡았다가 김영삼 정부 때 재정경제원이 들어서면서 모피아에 밀리는 형세였다.

노무현 정부 때 다시 키를 잡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다시 열세에 놓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재무부 출신의 모피아 논란이 일어나면서 EPB가 다시 세를 얻고 있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모두 경제기획원 관료 출신이다.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도 EPB 라인인 만큼 향후 EPB 라인의 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1990년 이후 17명의 역대 예산실장 중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장·차관을 거쳤다. 예산실장이 명실상부한 출세길임을 공고히 하는 방증이다.

예산실장 출신 고위관료 중엔 박정희 정부 때 경제 개발의 초석을 닦은 김학렬 전 경제부총리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포항종합제철 건설, 경부고속도로 개통 등의 국책 사업을 이끌어 냈으며 박 전 대통령이 그를 ‘경제 과외선생’이라고 칭하고, 1972년 췌장암으로 그가 세상을 뜨자 “내가 일을 많이 시켜서 당신을 죽였다”고 통곡한 일화가 유명하다.

이석채 전 KT 회장도 예산실장 출신 파워엘리트 중 하나.

1992년 4월부터 2년여간 예산실장을 맡은 뒤 경제기획원 차관 등을 거쳐 옛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외환위기 이후 관직을 떠났지만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가 속에서 2009년 국내 최대 통신사인 KT의 수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횡령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00년대에도 능력을 인정받아야 맡을 수 있는 예산실장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다.

2002년 2월부터 2년간 예산실장을 맡은 고(故) 임상규 전 순천대 총장은 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용걸 전 예산실장은 기재부 2차관, 국방부 차관 등을 거쳤다.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과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도 예산실장 출신이다.

정계에선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 예산실장을 지냈다.

정해방 전 실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반장식 전 실장은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최근 차관급 인사에서 방문규 전 예산실장이 기재부 2차관으로 올라섰다.

한편 지난해 7월 취임한 송언석 예산실장의 경우 행정고시 합격 후 현재까지 예산 관련 부서에서 일한 예산통이다.

경북 김천 출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학 석사와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을 시작해 기획예산처 재정1팀장과 건설교통예산과장, 균형발전정책팀장, 재정정책과장을 지냈다. 이후 예산실 행정예산심의관,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등을 역임하며 예산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송 실장은 경제팀의 재정확장 방침에 따른 올해 예산안 편성 마무리 작업을 성공적으로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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