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대 시대]‘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기대와 우려 교차

입력 2015-03-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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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진입했다. ‘한번도 가보지 않는 길’인 기준금리 1%대 시대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하항 조정했고 밝혔다. 지난해 8,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넉 달째 동결했으나 이달 또 한 차례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기록했던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이 인하에 나선다고 한다면 이달이 아닌 다음달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유력했으나 이번에 예상을 뒤엎는 ‘깜짝’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엄중한 한국경제 상황…깜짝 인하 불가피 = 특히 가계부채 급증,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에도 한은이 이번에 전격적으로는 금리를 내린 것은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수출·투자·생산·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최근 일제히 나빠졌다. 여기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현재 석 달째 0%대를 이어가고,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연초부터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춰 통화량을 늘리는 이른바 ‘통화 전쟁’을 벌인 것도 한은이 용단(勇斷)을 내린 배경으로 풀이된다. 올 1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 결정을 전후로 유럽에 퍼진 통화완화 물결은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까지 확산됐다. 한은만 금리를 동결하면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띠어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금리인하, 경제에 온기 불어 넣어줄까 = 전문가들은 이번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진 한국 경제에 일정 부분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인하가 바람직한 방향이다”며 “지금처럼 실물 경기 지표가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인하는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한은의 금리 인하 조치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은 금통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면서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가계부채 급증 등 부작용 우려도 = 하지만 금리 인하가 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금리 인하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자극해 부진한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은 구조적 요인 때문이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전방위로 경기 부양에 나선다는 방향성 측면에서 금리 인하는 긍정적이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은 경기 심리가 상당히 위축돼 있어 인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가계부채 급증이 꼽힌다. 당장 지난해 단행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층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경제가 ‘부채의 덫’에 빠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더욱 제한될 수 있으며, 풀린 돈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몰려 전세가격을 올리고 집값에 거품이 끼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려 자본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7~18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그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근거가 됐던 ‘인내심’이라는 성명서 문구가 삭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장 6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풀렸던 유동성이 미국으로 환류하기 시작하면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 충격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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