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산업이 주주총회 의안에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자의 요구사항은 물론 소액주주들의 제안마저 상정하지 않았다. 사내이사직을 걸고 표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소액주주의 요청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액주주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주목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일산업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30일 예정된 정기 주총의 의안을 확정했다.
의안의 주요 내용은 △제56기 별도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확정의 건 △결손금 처리의 건 △정관변경의 건(본점 소재지 변경) △사내이사 선임의 건(후보자 김영) △이사보수한도의 건(당해 10억원, 전년 30억원) △감사보수한도의 건(당해 1억원, 전년 2억원)이다.
이번 주총 의안에 적대적 M&A 공격자인 황귀남 씨측이 요구한 황금낙하산 조항 등 정관변경안이 의안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점은 소액주주들이 요청한 주주제안 사항들이 주총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신일산업의 소액주주들은 지난 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일’이라는 모임을 결성한 뒤 △전자투표제 도입 △임원 보수한도 조정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과도한 신주 발행 금지를 요구했다. 80여 명의 주주로 구성된 소액주주 모임은 신일산업 발행주식총수의 5%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일산업의 주총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이다. 김영 전 신일산업 회장의 임기가 이달 30일로 만료되는 가운데 이사를 선임하는 측으로 경영권은 넘어간다.
이에 따라 사측과 적대적 M&A 시도자 측이 격렬한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양측이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황귀남 씨측은 소액주주의 주주제안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를 정기주주총회의 안건으로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일산업은 소액주주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소액주주의 표심은 황씨측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신일산업이 이번 주총 안건 선정에 대해 이사회 관계자는 "현재 이사진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김영 및 김영 측 2인의 사외이사가 주주제안 사항이 담겨져 있는 정관변경 안을 주총의 안건으로 하는 사항에 대하여 모두 반대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영권의 향배를 판가름 할 사내이사 후보자에 신일산업이 김영 회장만을 내세운 데 대해 황씨 측은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을 통해 우호세력인 정재성 씨를 후보에 올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적대적 M&A 시도자 측은 "김영씨측에서 임명한 사외이사들이 주주들의 뜻을 무시하고 구 경영진편만 들고 있다"며 "결국 정관변경안건이 이번 주총에 상정되느냐 여부는 주주측 인사인 윤대중, 윤정혜씨가 제기한 의안상정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