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매달 14일 ‘명절’만 되면

입력 2015-03-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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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요즘 아이들은 왜 매달 14일만 되면 오두방정 난리법석 안달복달을 할까? 그리고 무엇 때문에 안절부절못할까?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이어 내일이면 3월 14일 화이트데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밸런타인데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인가 뭔가 주면서 마음을 줄 듯 말 듯 행동하는 날이다. 화이트데이는 반대로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고 한다.

흥부전의 말투를 본받아 무슨 무슨 날이 있는지 두루두루 볼작시면 1월은 다이어리데이다. 새해를 맞아 연인끼리 서로 일기장을 선물하는 날이다. “여기에다 1년 내내 우리 이야기만 쓰고, 잘 때 내 꿈 꿔!” 그러는 뜻인가 보다.

2월 3월의 14일은 이미 이야기했고, 그 다음 4월 14일은 블랙데이다. 솔로들끼리 검은 옷을 입고 만나 짜장면을 먹는 날이다. 요즘은 솔로도 그냥 솔로가 아니라 모태솔로라고 하던데, 연인들끼리 입 주위가 시꺼메지는 짜장면을 먹는 건 안 어울려 보인다. 역시 짜장면은 솔로들끼리 먹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5월 14일은 로즈데이. 장미꽃을 선물하는 날이다. 말이야 연인들끼리 주고받는다지만 주로 여자가 받는 날이겠지 뭐. 그 다음 단계는? 6월 14일은 키스데이다. 무슨 표어 같겠지만 ‘오고가는 선물 속에 깊어가는 연인관계!’. 꽃을 받아 더 가까워졌으니 정이 들어 입맞춤도 하는구나. 7월 14일 실버데이에는 은반지를 주고받는다.

8월 14일은 그린데이, 연인들끼리 숲에서 삼림욕을 하는 날이다. 산에서 삼림욕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 달을 보내면 9월 14일 포토데이가 닥쳐온다. 함께 사진 찍는 날이다. 요즘은 셀카봉이 엄청나게 좋아 그동안 무수히 사진을 찍었을 텐데 포토데이라니 좀 맥 빠지는 일이다.

그리고 10월 14일 레드데이 또는 와인데이에는 와인데이트를 한다. 11월 14일 무비데이는 영화를 보는 날인데, 어떤 사람은 연인들이 야한 영화를 보는 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 14일. 역시 이날은 허그데이, 서로 안아주는 날이라고 한다. 그러면 1년이 다 간다.

그런데 이본이 있다. 솔로들의 경우 3월 14일에 짜장면 먹고, 5월 14일 옐로데이에 매운 카레를 고독과 함께 씹어 먹으며, 6월 14일 레드데이에는 홍당무를 먹는 것이라고 한다. 좌우간 별놈의 날이 다 있다.

인터넷에는 한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의 이런 ‘인생상담’이 떠 있다. “남친하구(친구 말고 이성이요) 투투데이, 레드데이, 인형데이가 겹치는데, 어떻게 뭘 선물해야 할까요?” 10월 14일이 사귄 지 22일 되는 날이 되는데 그날이 인형데이에다 레드데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이 세 가지 기념일을 한방에 해결할 선물로 제시한 것은 ‘앙증스러운 레드 조끼를 입은 강아지 녹음인형’과 ‘불어도 불어도 꺼지지 않는 엽기 양초’였다.

매달 14일의 이런 날을 포틴스데이(fourteenth day)라고 부른다. 포틴스데이라는 한글 표기를 보고 10대의 날, ‘for teen’s day’인가 했더니 알고 보니 초등학생까지 선물 문제로 고심하는 ‘명절’이었던 것이다.

이런 명절이 많은 것은 순전히 데이 마케팅이라나 뭐라나 하는 상혼 때문이다. 하여간 아이들아 젊은이들아, 너희는 놀이도 다양하구나. 되도록 재미있고 즐겁되 건전하게 매달 14일을 보내라.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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