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승계 대해부] 현대차, 오너가 지분율 방어 위해 승계 전 ‘지주사 전환’ 가능성

입력 2015-03-16 10:49 수정 2015-03-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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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배구조 유지한다면 승계 과정서 지분율 하락으로 경영권 위협

현대자동차 그룹의 지배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력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2015년 3월 현재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는 6개의 주력계열사로 꾸려져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하이스코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의 기둥을 이루는 순환출자 고리도 6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정몽구 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면서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의 지분 승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주사 전환 후 지분 승계 가능성 커 = 현대자동차그룹의 가장 중요한 순환출자고리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다. 이 순환출자 구조에는 그룹 전체 자산 50%의 지배권이 달려있다.

이와 함께 그룹 승계구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순환출자고리는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다. 이는 정몽구 회장이 지배권 확보를 위해 개인 지분을 갖고 있는 주력 계열사들이 엮인 순환출자구조다. 정몽구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근간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이들 회사에 대해 각각 5.17%와 6.96%, 11.84%를 보유하고 있다.

올 3월 13일 현재 주가를 반영한 시가 평가 가치는 4조6000여억원 수준이다. 이는 5년 전 6조7000억원대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2조원가량 하락한 평가가치다. 이에 따라 주가가 낮아진 시점에 지분 일부가 증여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단 현재의 가치를 감안하면 정몽구 회장의 주력계열사에 대해 정의선 부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 규모는 2조3000억원 수준이다. 또 그룹 지배구조상 근간이 되는 주력계열사들이 모두 상장사이기 때문에 지분 승계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지분가치 평가 논란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이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그룹 지배권을 정의선 부회장에게 승계할 가능성은 적다라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몽구 회장이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로 했다면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하락할 경우 오너가 일가는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너가의 지분율을 최대한 확대시킬 수 있는 지주사 전환 후 본격적인 지분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이노션 지분 매각과 올해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을 통해 7000억~8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부회장은 배당 수익 등을 더해 지주사 전환 후 지분 승계에 필요한 세금의 상당 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금과 지분율 출혈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재의 지배구조 상태에서 서둘러 지분을 승계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 = 지분 승계에 대한 부담은 큰 상태지만 그룹 전체에 대한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35세(2005년)에 기아차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2009년까지 역임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부회장을 현재까지 맡으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제품 디자인과 품질 혁신을 직접 이끌었다. 특히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편법 또는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 사건으로 연루된 적이 한번도 없는 등 대내외적인 경영능력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금융계열사와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확보는 불투명한 상태다. 여기에서 정몽구 회장이 조카 일가에게 그룹 일부 계열사의 경영을 맡기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대아이에이치엘 경영을 형인 고(故) 정몽필 전 인천제철 회장의 장녀인 은희씨의 남편 주현 대표에게 전담시키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도 동생 고(故) 정몽우 전 현대알미늄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 대표가 경영을 전적으로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이 그룹 전체의 지배권과 주력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정의선 부회장에게 승계하겠지만 일부 비주력 계열사들은 방계 형태로 경영권을 계속 맡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그룹 광고 물량을 받고 있는 이노션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지난해 8월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이노션 주식 72만주(40%) 중 54만주(30%)를 제3자에게 매각했다. 이를 통해 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노션의 현재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의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으로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성이 고문이 현재 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주력계열사에 대해 보유한 지분은 현대자동차 주식 360여주가 고작이다. 또 정의선 부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노션 지분을 정성이 고문에게 넘긴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상 친인척 계열분리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 특히 이노션이 계열분리가 되면 표면화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현유섭 기자 hyson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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