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계가 앞다퉈 임금을 인상하면서 디플레이션 탈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아베 신조 정부의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춘계 노사교섭에서 기본급을 월 4000엔(약 3만7000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1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회사가 지난 2002년 현재의 임금협상 시스템(노조가 일정액 인상을 요구하면 사측이 답변하는 방식)을 도입한 이후 최대폭으로 인상된 것이다. 지난해의 2700엔에 이어 2년 연속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노조는 당초 6000엔을 요구했으나 양측은 4000엔을 절충점을 찾았다.
아울러 도요타는 직원들에게 일시적인 보너스로 6.8개월치 월급에 해당되는 금액을 주기로 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 일급 300엔 인상에도 합의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일본 기업의 임금 협상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도요타가 높은 수준의 인상을 결정해 산업 전반에 대폭적인 임금인상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실적이 호전되면서 회사는 부담을 던 채 임금협상에 임했다는 평가다. 3월 마감하는 2015 회계연도 도요타 영업이익은 2조7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자동차도 이번 노사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을 월 5000엔 인상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의 3500엔을 크게 웃돌고 자동차와 전기 등 주요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도요타와 함께 자동차 대기업 2개사가 잇따라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실시한 셈이다. 근무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정기승급분을 포함해 실질 임금인상폭은 1인당 평균 1만1000엔에 이를 전망이다. 1만엔을 넘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처음이다. 닛산은 일시적인 보너스로 5.7개월분 월급도 줄 예정이다.
이외에 후지중공업은 월 3000엔, 미쓰비시자동차는 1500~2000엔 선에서 기본급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히타치와 파나소닉, 도시바, 미쓰비시, 후지쓰, NEC 등 6개 전자업체 노조로 구성된 전기연합회도 월 3000엔 기본급 인상에 합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1998년 현재 임금협상 방식으로 전환한 이후 2년 연속 사상 최대폭 인상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다. 경영자 측 대표로 나선 후지타 마사미 후지쓰 부사장은 “협상은 매우 어려웠지만 일본경제 재생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금이 오르면서 아베 총리도 디플레이션 탈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는 연설 등을 통해 임금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다만 여전히 많은 기업의 임금인상폭이 지난해 소비세율 인상폭 3%를 밑도는 등 낮은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본의 지난 1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다.
관건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따라 임금을 올리느냐 여부다. 일본 산업경제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4분의 1만이 기본급을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