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라이벌은 삼국지에 나오는 육손의 손자 육기(陸機·260~303)였다. 둘을 뭉뚱그려 반육(潘陸)이라고 부른다. 육재여해(陸才如海) 반재여강(潘才如江), “육기의 재능은 바다와 같고 반악의 재능은 강과 같다”는 말도 있다. 육기가 낫다는 뜻일까. ‘세설신어’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육기가 여러 사람과 함께 앉아 있는데 반악이 들어오자 일어나 나가 버렸다. 반악이 “맑은 바람이 불어오니 먼지가 날려가는구먼” 하자 육기가 곧바로 “뭇 새가 날아드니 봉황이 날아오르는 것이지” 하고 받아쳤다. 멋진 응수였다.
조조의 양아들 하안(何晏)도 대단한 미남이었나 보다. 그는 걷는 동안에도 그림자가 멋지게 보이도록 수시로 자세를 바꿨다. 조조의 손자인 위(魏)의 2대 황제 조예가 하안의 민얼굴이 정말 새하얀지 알고 싶어 한여름에 펄펄 끓는 탕면을 먹게 했는데,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내자 얼굴이 더욱 밝고 환해졌다고 한다.
반악과 다툴 만한 미남자 위개(衛?)는 허망하게 죽었다. 구슬이나 옥 같다 해서 벽인(璧人)으로 불렸는데, 그를 보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함께 뛰고 걷자 놀라고 지친 위개는 결국 기절해 숨졌다. 보는 것만으로 위개를 죽였다는 간살위개(看殺衛?)의 유래다.
반악도 위개도 오래 살지 못한 걸 보면 하늘은 재모와 수명을 함께 내려주지 않는 것 같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