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장관 “2025년 60조원 시장…중동 ‘의료 韓流’ 지금 길 닦아야”

입력 2015-03-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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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의료시스템 열악해 부유층 해외의료 크게 늘 듯…규제 개선하고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조속한 제정 필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동지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의료의 질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큰 데 반해 현지의 의료공급 및 국가 의료시스템은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한국 의료기술과 의료진 수준이 세계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중동을 선점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중동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국인 이미지는 크게 성실과 신뢰로 나뉩니다. 여기에 대한민국 의료기술과 의료진 수준 역시 세계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보건의료산업가 상당한 성과를 발휘하게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갖춰진 것입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피곤한 기색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다녀온 중동 4개국 순방에서 엄청난 결과를 얻었단 자신감 때문이다. 사실 문 장관은 이번 순방을 통해 보건의료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쿠웨이트와 보건의료 협력 MOU를 체결함으로써 중동 주요 4개국과 모두 보건의료 협력을 진행하게 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중동에 의료 한류가 자리를 확실히 잡은 계기가 된 셈이다. 이뿐 아니라 제약 분야에서도 진출 성과는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일 SPC사에서 열린 한-사우디 제약기업 간 협의에서 향후 5년간 약 2000억원 규모의 ‘플랜트 MOU와 의약품 수출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투데이는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문 장관과 단독 인터뷰를 가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중동순방을 통해 큰 성과가 있었다. 현지 분위기 반응은 어땠나

“중독국가에 한국의 보건의료기술과 의료진 수준이 알려지면서 인정을 받고 있다. 중동의 의료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성실하고 약속을 잘 지킨다는 한국인들의 이미지와 한국 의료 실력에 대한 믿음으로 한국과의 의료협력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경우는 중동국가 중 한국 의료기관이 가장 많이 진출했고 고도의 수술과 질높은 진료로 현지에서 평판이 매우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우디, 카타르 등 여타 중동국가들도 한국형 병원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심평원 시스템 등 다양한 보건의료 아젠다에 대해 한국과 협력 수요가 높다”

△복지부가 보건의료산업 분야를 놓고 특히 중동 쪽에 집중하고 있다. 중동 시장의 특장점, 잠재력, 경제 효과 등은 어느 수준인가?

“중동지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의료의 질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큰 데 반해 현지의 의료 공급 및 국가 의료시스템은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자국내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독일, 미국, 한국 등으로 보내고, 의료진 연수, 외국 병원의 현지 병원 위탁 운영 등을 통해 자국 의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쟈스민 혁명 이후 보건의료 분야에 국민들의 불만과 개선 요구가 높아 정권 차원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이 때문에 최근에는 중동국가들이 세계 보건의료 시장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 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중동국가 보건의료 시장은 2025년 600억 달러(한화 약 60조)로 성장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부유층 중심 해외 의료 소비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동국가는 해외로 가는 경우에도 국비로 비용을 지불해주는데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가 1억에 달하는 등 고부가가치의 중증환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전략 국가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높다.”

△ 각종 규제 등 풀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을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 중에 있나

“모든 산업 분야가 다 마찬가지이지만, 보건산업 분야 해외 진출의 열쇠는 의료기관과 제약ㆍ화장품ㆍ의료기기 기업 등 민간 역에 대한 현지 규제에 있다. 정부는 민간 영역이 현지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게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 의료진에게 가장 걸림돌이 되는 언어 습득과 면허 취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훈련을 제공하고, 정부간 협력을 통한 의료면허 신속 인정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국내를 찾는 외국인 환자들을 위한 지원기능을 강화하고 불법브로커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근절해 투명한 시장을 만드는 것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중동 지역 외에 국내 보건의료 산업이 나가야 하는 국제 시장은 어디인가

“정부는 중동 지역 이외에도 진출국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국가와 정부간 협력을 확대해 한국 의료가 진출할 수 있는 규제 완화 등 여건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특히 중남미 지역에서 정부간 협력을 기반으로 제약 분야 진출이 활발하고, 다양한 성공 사례가 창출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의료기관 및 의료정보시스템(HIS) 진출 등을 논의 중이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함께 대규모 의료 현대화 프로젝트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 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의료인 면허승인 권한을 지닌 지방정부와의 협력 강화할 방침이다. 러시아와는 정부 중심의 의료 현대화가 추진되고 있어 금년 상반기 한-러시아 간 실무협의체 발족을 통해 정부간 협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장관 재직 중 돌이켜보면 기초연금안 통과, 담배값 등 많은 일을 했다. 반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는데, 올해 가장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은 무엇인가?

“우선, 올해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해 왔으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그간 저출산 정책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바탕으로 약한 고리를 보완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격의료와 원격협진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려 한다. 지난해 시작한 시범사업의 참여기관을 9개에서 50개로 대폭 늘리고, 국방부, 해수부, 법무부 등 부처간 협업으로 군부대, 원양선박, 교도소 등 의료 사각지대에 대한 원격의료를 확대할 생각이다.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과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등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성이 있음에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결된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상임위 의원 및 관계부처와도 협의해 영유아보육법을 입법화할 예정이다.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 역시 법사위에 충분히 설명해 4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은 현재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고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등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대가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은 전 국민의 생활과 관련된 중요 정책인 만큼 전체 가입자의 최근 자료를 활용해 세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신중히 정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부과체계 개선 논의가 중단됐다는 얘가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기획단에 참여한 전문가와 국회 및 부가 참여한 당정협의체가 지난달.25일 구성된 이후 현재까지 2차례에 걸쳐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국민연금 전문가로서 장관이 가지고 있는 연금철학이 궁금하다.

“국민연금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얼마 안됐지만 고령화가 상당히 빠른 상황이다. 제도를 성공적으로 끌고가기 위해 올해 쌓여질 500조원의 기금이 충분한 것인지, 지금 같은 적립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건강보험 같은 부과 방식으로 할 것인지, 적립식으로 할 때는 지출 대비 몇 %를 쌓을 것인지 등이 사회적으로 합의돼야 한다. 올해 안에 국민연금 제도 전반에 대해 토론할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겠다. 여기서 국민연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논의해 봐야 한다. .”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선별적 복지의 전환 추진은 없나

“복지 정책을 보편복지, 선별복지의 이분법으로 구분하기 보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접근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한지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경쟁에서 뒤쳐지는 사람을 어떻게 보호하고,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성격에 따라 보편적인 제도가 될 수도 있고 선별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경우에는 보편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공적부조는 선별적 복지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장관은 증세보다는 누수 등을 줄이는 재정 효율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

“복지부에서는 크게 보건복지 부정수급을 방지하고, 유사ㆍ중복 사업을 조정하는 두 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2013년 12월 종합대책을 마련해 사전에 부정수급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사후에 적발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또 유사ㆍ중복 사업 조정 역시 현재 중앙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360개 사업 중 유사한 사업을 통ㆍ폐합하거나 사업을 조정하는 등 복지사업의 효율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

문형표 장관은… △1956년 서울 출생 △서울고, 연세대 경제학과,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1998년 대통령비서실 사회복지행정관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그룹 선임연구위원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구 국세행정위원회)위원△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구 국세행정위원회)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

대담=신동민 세종취재본부장, 정리=김부미 기자 bo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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