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인내심’ 문구를 뺐지만 금리 인상에 ‘진정한’ 인내심을 보였다. 올해 경제성장과 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 부담’을 처음으로 성명서에 언급했다. FOMC 위원들의 연도별 목표금리 예상치를 취합한 점도표에서 금리 수준은 낮아졌다. 이렇게 연준의 6월 금리 인상 기대가 약화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금리는 하락하고, 주가는 오르고, 원화는 절상되는 ‘트리플 강세’를 나타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9.1원 급락한 1110.5원에 출발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미 FOMC 경계감에 지난주부터 30원 넘게 급등했으나 오늘 상당 부분을 되돌릴 것”이라며 이날 원·달러 환율 전망 범위를 1105~1118원으로 예상했다.
같은 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8.68포인트(0.92%) 급등한 2047.13에 장을 시작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전략팀장은 “미 3월 FOMC 발표로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면서 신흥시장에 대한 리스크가 경감되고 있고, 이로 인해 한국 주식 시장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풍부한 유동성과 유럽, 중국을 필두로 한 경기 회복을 반영해 여전히 수출대형주와 경기민감주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통화정책 호재로 국내 금융시장은 금리는 하락하고 주가는 오르고, 원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미 연준이 인내심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지만 연준이 경기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히면서 문구가 남아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금융시장은 당분간 유동성 장세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연구원은 이어 “적어도 2분기까지는 미국의 유동성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낮은 금리와 주가 상승이라는 금융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좀더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혹시 모를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미 연준의 FOMC 회의 결과가 국내ㆍ외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하여 부총재를 반장으로 하는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시작 시점과 속도가 당분간 늦춰진 것일 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르면 올 9월 정도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 미치는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각국의 ‘환율 전쟁’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의 대외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3대 지표인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단기외채 비중이 모두 양호하다. 경상수지는 국내총생산(GDP)의 7%를 넘는 흑자를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은 3600억 달러(한화 약 406조원)로 세계 7위, 단기외채 비율도 27.1%로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