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에프알엘코리아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9.1% 증가한 8954억원, 영업이익은 40.2% 늘어난 1077억원을 달성했다. 8954억원의 매출은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으로 부가세를 포함하면 9850억원에 이르고 있어 당초 계획했던 1조원 매출은 거의 현실화됐다. 지난 2005년 한국에 진출했던 유니클로는 빈폴과 노스페이스 등을 제치고 국내 1위 매출 브랜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002년 국내에 진출해 전국에 15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ABC마트코리아와 데상트코리아 등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데상트코리아는 최근 일본 본사로부터 ‘데상트’의 글로벌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국내 패션 시장에서 데상트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낸 데상트코리아의 경영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데상트코리아는 이미 전개 중인 ‘르꼬끄골프’ 및 ‘먼싱웨어’에 이어 지난 2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데상트 골프’를 론칭하면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유니클로와 데상트, ABC마트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시장을 고스란히 뺏긴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아픔이 뒷받침됐다. 최근 코데즈컴바인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다. 코데즈컴바인은 토종 SPA(제조·유통·판매 일괄) 브랜드로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2011년 매출이 2030억원까지 성장했으나,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 손실액은 2012년 72억원, 2013년 148억원, 2014년 221억원으로 매년 불어났다.
앞서 여성복 ‘예쎄’, ‘아날도바시니’ 등을 운영하는 아마넥스도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2012년 론칭한 아웃도어 브랜드 ‘노티카’가 시장 안착에 실패했던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에는 쌈지와 톰보이가 부도처리됐다. 제화 브랜드 ‘에스콰이아’로 유명한 EFC(옛 에스콰이아)는 다음 달에 새 주인을 맞게 된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패션그룹 형지는 이달 인수대금을 확정한 뒤 4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기업들도 휘청거렸다. 제일모직은 ‘후부’, ‘데레쿠니’를, LG패션은 ‘헤지스 스포츠’를, 이랜드는 ‘쏘베이직’, ‘언더우드’에 이어 최근 ‘콕스’와 ‘셰인진’ 등을 정리했다.
국내 패션 1세대 브랜드였던 톰보이가 몰락하면서 패션업계에서는 국내 중견 패션 브랜드들의 한계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들의 몰락은 단순히 해외 브랜드의 공습을 떠나 경영혁신의 부재가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끊임없이 체질 개선을 하는 노력이 부족해 가격 경쟁력도, 제품력도 모두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방만한 경영문제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는 오너 1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경영체제라는 점과 2세로의 경영승계가 원활하지 못한 점, 경영 분쟁 등이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데즈컴바인의 경우 박상돈 회장과 전 부인인 오매화 이사의 경영권 분쟁으로 내부 분열을 겪으면서 사세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톰보이 역시 창업주인 최형로 회장이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2006년 7월 별세하자, 경영 공백이 빚어지면서 사세가 급격히 꺾였다. 결국 2007년 11월 논현동 본사를 26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