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3월 19일 桃李花歌(도리화가) 신재효가 지은 여명창 진채선 찬가

입력 2015-03-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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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어제 내린 비에 복사꽃 오얏꽃이 더 서둘러 피는 것 같다. 도리(桃李)는 복사꽃 오얏꽃이 핀 봄 경치를 뜻하지만 미인을 형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판소리의 체계를 세운 동리(桐里) 신재효(申在孝·1812~1884)가 ‘경오년[1870년] 칠월칠석’에 애제자 진채선(陳彩仙·1847~?)을 위해 지은 단가 ‘도리화가(桃李花歌)’가 바로 그렇다. “스물네 번 바람 불어 만화방창(萬花方暢) 봄이 되니 도화(桃花)는 곱게 붉고…”로 시작된다. “채색으로 옷을 하고 신선되어 우화하니 아름다운 이름 뜻이 생각하니 더욱 좋다”에 ‘채선’이라는 이름이 들어 있다. 스물네 살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몇 번 상처(喪妻)를 한 신재효는 진채선을 특별히 사랑했던 것 같다. 후반부에 절절한 감정이 표현돼 있다. “선랑의 고운 얼굴이 노래 또한 명창이라 듣던 바의 으뜸이니 못 들으면 한이 되리. 그중의 기묘한 일 쌓인 병이 절로 낫네. 이 말 듣고 일어앉아 어서 바삐 보고지고.”

최초의 여명창 진채선은 전북 고창(高敞)에서 무당의 딸로 태어났다. 신재효는 어려서부터 소리꾼으로 소문난 그녀를 발굴, 김세종 등 판소리 명창들을 자신이 세운 동리정사에 초대해 가르치게 했다. 1867년 경복궁 낙성연(落成宴)이 열릴 때에는 진채선을 중앙무대에 선보였다.

그런데 출중한 기예에 반한 흥선대원군이 그녀를 첩실로 삼았다. 진채선은 대원군이 실각한 뒤에야 돌아와 중병이 든 스승의 임종을 지켰다는데, 그 뒤 행적은 묘연하다. 신재효가 ‘도리화가’를 지은 것은 진채선이 흥선대원군의 운현궁에 머물 때였다.

소설가 문순태는 안타까운 사제의 사연을 토대로 1993년 장편소설 ‘도리화가’를 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류승룡(신재효 역) 배수지(진채선 역) 등이 출연한 ‘도리화가’(이종필 감독)가 5월께 개봉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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