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조선업, ‘인해전술’ 중국과 ‘좀비’ 일본 사이에서

입력 2015-03-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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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갑 (주)하바드 대표이사

‘우리는 왜 조선업에 강한가?’

‘우리는 왜 조선업에 강한가?’

조선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조선(造船)업에 강한 것은 우리가 조선(朝鮮)인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의 유희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조선 DNA 피가 흐른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조선업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춘 대기업(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이 필요하고, 최고 품질의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철강업체가 꼭 있어야 한다.

또한 저렴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지원사격을 해야 한다. 저속엔진용 배기 밸브스핀들(Valve Spindle)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필자의 회사를 포함해 우리나라에는 최대 3,000여개의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있다. 조선 DNA 피가 흐르는 엔지니어들은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있고, 지혜롭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창의성’이 있어 그 어떤 나라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업은 거의 모든 산업과 연관성을 가지는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에 커다란 위기가 닥쳤다. 지난 2월 23일 OECD는 한국 조선업이 금융위기로 수익성·유동성이 타격을 받아 “이제 심각한 시험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저가로 물량공세를 피는 후발주자 중국은 2012년과 2013년 수주량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일본 조선업이 좀비처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선박 가격의 80%까지 1% 이자율로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더구나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지난해 일본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배 75.9%나 증가했다. 이게 고무된 일본은 16년 만에 국내에 조선용 도크가 설립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인해전술’ 중국이나 ‘좀비’ 일본에게 조선업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고 권좌에서 물러나야 하는가? 조선업을 하나의 사양 산업으로 치부해도 좋은가?

우리는 일본 정부가 왜 파격적인 선박금융을 지원하면서까지 ‘일본조선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섬나라는 대륙과의 육로 연결이 불가능한 관계로 해상 무역을 통해 국부를 축적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업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인 것이다.

우리도 북한 때문에 ‘원치 않는 섬나라’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 된 것도 세계 1위 조선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은 조선업의 부흥과 함께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업은 국가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간산업이다. 또한 가장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기에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 현대중공업 정규직 평균 연봉은 7232만원에 달한다. 동시에 조선업은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기술집약형 산업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조선업 르네상스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가?

우선, 필자를 포함한 조선(造船)인들이 대오각성해야 한다. 그동안 세계 1위에 심취해 ‘인해전술’ 중국과 ‘좀비’ 일본의 저력을 너무 얕잡아 봤다. 지난 금융위기로 우리 조선업계가 군살을 뺀 것은 무엇보다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 말대로 ‘3년의 혁신, 30년의 성장’이 가장 잘 들어맞는 산업이 바로 조선업이다.

둘째, 정부는 위기의 조선사들의 고충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빅3 외에도 3000여개에 달하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고충을 들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선소들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빅3와 3,000여개에 달하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 올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넷째,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우리 엔지니어들을 불러 들여야 한다. 조선업도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의 뛰어난 조선 엔지니어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이 ‘컴 백 홈’할 수 있도록 충분한 동기부여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식상한 것 같지만 결국 ‘사람이 미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IT기술과 조선업, 두 산업의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가 가장 잘 하는 분야 두 개가 바로 IT와 조선업이다. 이 두 산업의 융합이야 말로 ‘인해전술’ 중국과 ‘좀비’ 일본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전 세계 그 어떤 왕조도 한 왕실이 200년 이상을 넘지 않았다. 조선왕조는 무려 500년을 단일왕조로 최장기간 국가를 유지해 왔다. 그 이유가 바로 조선의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유교사상의 효와 충 정신일 것이다. 조선업 노사와 정부가 힘을 합쳐 대한민국 조선 1위 500년을 이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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