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달러도 예외는 아니다...美연준 ‘인내심’ 문구 삭제는 함정이었다?

입력 2015-03-1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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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은 비둘기파적인 내용이었다. 금리 인상이 시작될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하겠다(can be patient)’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경제 지표에 유연성을 가질 것이라는 내용은 금리를 당장 올릴 만큼 미국의 경제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연준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을 보면 연준은 첫머리부터 “경제 성장이 다소 누그러졌다”고 했다. 또한 성명은 “고용 시장이 더욱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2%의 목표를 향해 회복하고 있다고 합리적인 확신이 들 때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실업률이 5.5%, 고용자 수가 1개월 당 약 30만 명씩 증가하더라도 연준의 금리인상 기준에는 미달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날 발표된 경제 전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개인소비지출 (PCE) 가격 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올해 0.6~0.8%에 그쳐 목표로 하는 2%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연준이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이들 조건은 실현가능 여부를 점칠 수조차 없는 막연한 것이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시장은 단순히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늦췄다는 점에만 주목해 반색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대 급등했고, 달러는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섰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도 하락 반전했다. 재닛 옐런 의장이 4월 FOMC에선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자 그 이후 FOMC에서는 언제든 올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6월보다는 9월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준이 이 포워드 가이던스의 삭제가 조기 금리인상의 전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부러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일부 국가 간에 일었던 세계적인 환율전쟁에서 달러를 배제시켰던 것이 사실은 함정이었다는 것. 연준의 시그널은 조기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투자하던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자제를 촉구, 맹위를 떨치던 달러의 약세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주요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달러지수는 전일 대비 1.67% 하락했다. 낙폭은 한때 3.74%에 달해 하루 영업일로는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다. 반면 달러에 대해 약세를 면치 못하던 유로는 상승률이 한때 4%에 달했다. 달러에 대한 패러티(등가)에 다가섰던 유로는 1.1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연준이 이날 시장에 던진 시그널이 달러 약세의 유도였다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달러는 최근 8개월간 19%나 상승했다. 이로 인해 수출 의존도 높은 일부 미국 기업들은 초라한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에도 타격을 입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국 통화가 약세이길 바란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로존과 호주, 캐나다, 덴마크, 스웨덴, 한국, 뉴질랜드 등이 환율방어를 위해 통화정책을 이용했다. 통화 가치 약세는 금리 인하와 채권 매입, 외환 시장에 직접 개입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환율전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유일하게 강세였던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비로소 환율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부터 시작된 달러의 약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 시장은 주시해야 한다며 연준의 미묘한 말장난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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