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기가 이렇게 쉬운 건가. 올해 전 세계 여성골프대회는 한국(계)이 휩쓸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개막 후 내리 5개 대회를 제패했다. 이 중 한 대회는 세계 랭킹 1위인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가 우승했지만 그가 한국 태생인 것은 세계가 안다. 한국(계) 골퍼들은 오늘 시작된 JTBC 파운더스컵에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회 스폰서가 한국 방송사이고 다음 주에 열리는 경기도 기아가 후원하니 심리적으로도 유리한 것 같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도 지난주까지 한국(계) 골퍼가 4연속 우승(리디아 고 2승 포함)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에서도 기세가 대단하다. 이렇게 한국(계) 골퍼들이 천하를 석권하자 Golf를 Korean의 K를 넣어 Kolf로 바꿔 쓰자고 한 골프 평론가가 있을 정도다.
^그야말로 뇌진사해 석권천하(雷震四海 席卷天下), 우레와 지진으로 세상을 흔들 듯 천하를 석권하고 있다. 석권은 멍석을 말아 올린다는 뜻으로, 빠르고 거침없이 영토를 휩쓸거나 세력 범위를 넓힌다는 말이다. 사마천의 ‘사기’ 진섭세가(陳涉世家)에 ‘유석권천하 포거우내 낭괄사해지의’(有席卷天下 包擧宇內 囊括四海之意)라는 말이 나온다. 포거우내는 싸서 들어 올리는 것이고 낭괄은 자루 속에 넣은 뒤 주둥이를 잡아 매는 것이다. 천하 우내 사해는 같은 말이다.
^요즘 일부 기자들은 걸핏하면 ‘태극낭자가 몇 승을 합작했다’고 쓰는데, 골프를 무슨 국가대표 축구경기쯤으로 생각하는 우스운 표현이다. 어쨌든 기분은 좋은데 싹쓸이의 부작용이 은근히 걱정된다. 한국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수시로 경기 룰을 바꾼 양궁과는 다르지만, 질시와 견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상금만 챙기지 말고 외국인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매너를 유지하면서 좋은 일도 많이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