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딱지떼기⑥] 증권기자는 앉아서 마와리 돈다… 라인은 ‘1824개’

입력 2015-03-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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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8기 수습기자들. 왼쪽부터 정다운, 유지만, 오예린, 정경진 순. (장세영 기자 photothink@)
사회부 기자가 발바닥에 땀 나게 경찰서 라인을 뛰어다닌다면 증권기자는 앉아서 마와리를 돕니다. 무시무시하게도 출입처는 1824개. 허풍 아닙니다. 유가증권 상장사 764개와 코스닥 상장사 1060개, 즉 1824개 회사 모두가 증권기자의 아이템 발굴처입니다.

발제 걱정은 없겠다고요? 노련한 선배들은 재무제표나 주가 그래프를 훑는 것만으로 기업들의 ‘꼼수’를 눈치채곤 하지요. 하지만 수습기자, 저는 아직입니다. 아이템 발굴처가 많아도 손으로 잡을라치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네요. 아, 오늘도 허탕입니다.

요즘 일상은 이렇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노트북으로 조간신문 5개 증권 분야 기사를 스크랩합니다. 오전 6시 30분 출근 후에는 이메일로 들어온 증권사 리포트를 체크합니다. 유럽 양적완화와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경기에 미칠 영향 등 거시적인 분석부터 삼성의 새 스마트폰 출시로 이익 상승이 기대되는 업종 분석 등 시장과 종목 정보가 한가득 들어왔네요. 오늘 시장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추려 빠르게 기사로 내보냅니다. 장 시작 전 투자계획을 세우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주려는 것입니다.

장이 시작하면 당일 급등락 종목부터 살핍니다. 최근 사회·경제 이슈와 연결지어 등락의 사유를 분석하고 전일 나온 공시를 훑어보며 특이 사항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취재합니다. 경제 관련 연구원에서 나온 자료나 통계를 보고 기획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니 하루에도 몇 번씩 증권사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잦습니다. 자료를 받았지만, 해석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그래도 밑줄을 긋고, 그래프로 만들어보면서 어떻게든 ‘기삿거리’를 만들어보려 노력합니다.

1824개 회사를 매일 경찰서 드나들 듯 찾아다니는 건 불가능하지요. 대신 13인치 노트북 화면 안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한국거래소 거래정보, 금융감독원 통계, 증권사 온라인주식매매시스템(HTS) 등 여러 개 창을 띄워 놓고 올라오는 정보를 체크합니다. 경찰서 마와리는 이동 중에라도 잠시 쉰다고 하던데, 이건 뭐 종일 쉴 틈이 없네요. 오후가 되면 머리에서 증기가 분출되는 듯한 그 느낌, 아시려나요? 기자실 뒷자리에 선배가 앉아있어서는 아니고요. 계속 들이닥치는 정보들에 요령껏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기사를 한 건 쓰고 나면 그 증기가 다시 엔진의 연료가 되곤 합니다. 최근 ‘기업투자 바로미터-지배구조’, ‘주주 없는 주주총회 바뀔까’, ‘원자재 투자 봄은 오는가’ 등의 기획기사에 기사 한 꼭지씩 숟가락을 얹었습니다. 순환출자 구조와 지주회사 체계, 주주총회 시 소액투자자의 발언권과 기관의 역할 등을 확인하고 건전한 시장질서와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이 참 ‘두근두근’ 설레더군요.

다음 주는 기업 주주총회를 직접 둘러볼 예정입니다. 최근 투자자들의 주주제안과 기관투자자의 주총안건 반대 건수가 늘고 있어 흥미진진하겠네요. 매각과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회사도 정확히 취재해서 투자자들의 애꿎은 손실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앉아서 마와리’를 충실히 해서 내공을 쌓아놓을수록 현장에서 보이는 것도 많아지겠지요. 오늘도 발바닥, 아니 손바닥에 땀 나게 마우스를 쥐고 달립니다. ‘딸각, 딸각’

※기사에 나온 언론계 은어

△마와리: 배정받은 경찰서 등을 돌며 사건ㆍ사고를 챙기는 것

△라인: 담당 취재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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