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종자기업 통폐합에 박차를 가하는 등 중국판 ‘몬산토’를 키우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은 170억 달러(약 19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종자시장이다. 외국업체가 현지 합작사를 설립할 때 소수 지분만을 허용하는 등 각종 규제로 몬산토와 듀폰, 신젠타 등 글로벌 메이저 종자업체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구·개발(R&D) 역량 등으로 외국기업과 토종기업의 종자 품질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외국업체 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농업컨설팅업체 차이나애그의 로런 푸에테 이사는 “중국 종자업체들이 몬산토 듀폰 신제타 등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중국업체들은 외국업체와 같은 활력과 기술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영세기업들이 난립한 자국 종자시장을 정리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키우고자 산업 통폐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8700개에 달했던 중국 종자기업 수는 지난해 5200개로 줄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 농업 기술 관련 특허가 2013년의 3배에 달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종자 부문 인수·합병(M&A) 실행 건수는 2012년의 3배에 이르렀다고 리서치업체 CCM은 집계했다.
이런 통폐합을 주도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후난신다신’이다. 후난신다신은 중국 최대 종자업체 위안룽핑하이테크농업의 모회사다. 회사는 나스닥 상장기업이며 중국 첫 유전자변형식품(GMO) 옥수수 판권을 보유한 오리진애그리텍에 600억 달러 인수를 제안했다. 오리진 측이 지난해 11월 신다신의 제안을 거절했으나 회사는 새 인수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룽핑도 지난 2013년 이후 최소 3개 이상의 종자업체를 사들였다. 차이나애그는 앞으로 5년 안에 중국판 ‘몬산토’가 탄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으나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토종업체들에 이점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룽핑의 시가총액은 약 32억6000만 달러에 달해 시총 기준으로는 세계 4위 종자업체다.
다만 문제는 중국의 부족한 R&D 역량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 2013년 룽핑의 R&D 지출은 1500만 달러로 몬산토의 1%에도 못 미쳤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11년 R&D 지출 현황과 계획 등을 연례 보고서에 포함하도록 지시한 이후에나 종자기업들이 이를 따르는 등 R&D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오는 2020년까지 사료용 이외 일반 식품에도 GMO를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럴 경우 외국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