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개방으로 일자리를

입력 2015-03-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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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몇 가지 특이한 규제들이 있다. 흔히들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얘기하는 규제들이다. 대표적인 규제로 원격의료와 투자 개방 병원, 공인인증서와 인터넷 실명제 등 금융과 의료 분야 등의 규제가 있다. 특이하게도 모두가 서비스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더 특이하게도 이들 분야는 대한민국의 최고 인력들이 몰려 간 분야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 분야의 국가 경쟁력이 OECD 상위권이 아니라 최하위권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집중된 분야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 한국의 불편한 진실이다.

자원이라고는 인재밖에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자원인 고급 인력들이 집중된 분야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는커녕 끌어내리고 있다는 아이러니의 이유는 바로 비개방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의 본질을 살펴보면 갈라파고스적 진입 규제가 자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하여 국가 전체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은 역사적으로 개방적 환경에서는 창의성이 극대화되고 글로벌 경쟁 역량이 살아나지만, 폐쇄된 환경에서는 양극화로 인한 헐뜯기가 극대화되고 집단 이기주의로 퇴행하는 현상을 보여 왔다.

지난 20년간 한국이 개방한 분야 중에서 국익에 손해가 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제조업 개방, 유통업 개방, 영화 등 문화산업 개방, 그리고 FTA를 통한 소고기 개방에 이르기까지 개방 분야는 예외없이 국제 경쟁력이 상승했다. 제조업 개방 시 소니와 마쯔시다에 순식간에 무너질 거라는 삼성, LG는 세계 가전산업의 선두로 올라 섰다. 까르푸와 월마트가 들어오면 추풍낙엽이 될 것이라는 한국의 유통업계에서 정작 짐 싸 들고 떠난 것은 그들 글로벌 기업들이었다. 영화산업이 개방되면 한국의 문화는 종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의 영화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일본에 종속될 것이라는 음악은 한류의 시대를 열었다. 이제 K-Pop은 J-Pop에 비해 미국에서 10배 이상 앞서고 있다. 심지어 소고기 개방 이후 한우 생산은 준 것이 아니라 늘어났다.

완전개방 분야인 반도체, 조선, 휴대폰, 자동차, 특허 등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은 세계 5위권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개방 서비스 분야인 대형 유통과 게임, 영화산업 등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법률, 교육, 금융, 행정 등의 비개방 서비스 분야에서는 OECD 최하위권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은 지극히 자명하다.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원칙적 개방을 하되, 개방을 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방은 원론적으로 국가 전체에 이익을 가져오나 특정 집단에는 손해가 될 수 있다. 제조업 중심의 추격형 산업의 성장 시기에서는 개방이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비스 중심의 선도형 산업구조에서는 원칙적 개방이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길이다.

한국의 원격의료 기술은 이미 2000년 세계를 앞서 개발됐다. 당뇨폰이라는 획기적인 융합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그러나 폐쇄된 한국의 의료 규제는 엄청난 기회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페이팔과 알리페이보다 앞서 모바일 결제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공인인증서 규제에 막혀 한국은 핀테크 산업 선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한국의 교육산업도 마찬가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은 이미 금융, 의료, 교육 등의 서비스 분야에서 중국보다도 비개방적이라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기술과 기술, 기술과 서비스, 기술과 문화가 상호 융합하면서 발현된다. 창조경제는 융합이 아니라 융합이 쉬워지는 경제이다. 이를 위한 대전제는 개방이다. 융합을 위해서는 개방돼야 한다. 개방과 경쟁 속에서 융합은 촉진되고 혁신은 가속화해 국가는 성장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개방으로 창출된 국부의 일부를 개방 반대 업계의 구조조정에 투입하는 것이 국정 과제일 것이다. 11%를 넘어선 청년 실업을 축소하고 국가 고용률 목표 70%를 달성하는 유일한 길은 개방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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