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세탁기 목표 판매량은 1000만대에서 많게는 1500만대입니다.”
지난달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2015 삼성 세탁기&에어컨 미디어데이’. 무대에 오른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액티브워시’에 대한 윤 사장의 기대감은 남달랐다. 그는 이날 전체 세탁기 판매의 20%에 달하는 200만~300만대의 실적을 액티브워시로 거두겠다고 선언했다.
윤 사장의 호언장담은 현실화되고 있을까. 지난달 초 국내 출시된 액티브워시는 출시 3주 만에 1만5000대 판매를 돌파하며 전자동 세탁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전자동 세탁기 판매와 비교할 때 3배가 넘는 실적이다.
무엇보다 주부의 시선에서 세탁기의 문제점을 고민한 것이 적중했다. 액티브워시는 세탁기 본체에 개수대와 빨래판을 설치해 애벌빨래부터 탈수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구부려 앉아 애벌빨래를 해야 했던 주부들의 허리를 펴게 한 삼성전자의 액티브워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액티브워시는 신기하게도 한국 주부보다 앞서 인도 주부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받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2014년 인도 시장 세탁기 라인업 교체를 위해 신모델 콘셉트 발굴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무엇보다 소비자 맞춤형, 현지화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주 사용자인 주부의 입장에서 제품의 본질을 처음부터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지팀과 함께 과제명 ‘Dhobi Ghat’ 세탁기 개발에 돌입했다.
액티브워시 아이디어는 철저한 소비자 관찰의 결과물이다. 연구팀은 선정된 인도 현지 14가구를 직접 방문해 세탁하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했다. 방문한 모든 가정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세탁 전 셔츠 소매나 깃 부분을 애벌빨래하는 점과 세탁기에 넣을 수 없는 섬세의류는 욕실에서 별도로 손빨래하는 점 두 가지였다.
연구팀은 수차례의 아이디어 회의 끝에 ‘케어 센터(Care Center)’라는 액티브워시의 초기 콘셉트를 완성했다. 세탁기가 애벌빨래나 섬세의류의 손빨래를 완벽하게 해줄 수 없다면 ‘소비자가 편리하게 손빨래를 하도록 공간과 도구’를 제공하자는 역발상 아이디어인 것.
연구팀은 손빨래가 가능한 싱크가 부착된 콘셉트를 하드보드와 플라스틱을 이용해 간이 목업을 제작, 프레젠테이션했고 경영진은 구현성을 검토해 목업 제작을 지시했다.
콘셉트 발굴 이후 2013년 4월 애벌빨래 세탁기 액티브워시 상용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마케팅, 디자인, 개발부서에 전담팀을 구성하고 콘셉트를 기존 세탁기 플랫폼에 적용하기 위해 인도와 한국을 수차례 오가며 협의를 진행했다.
마케팅부서는 소비자에게 ‘의미있는 제품’,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 사업적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제품’이 되도록 삼박자를 모두 갖춘 제품 기획에 주력했다. 디자인부서는 수백장이 넘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반복했고, 개발부서는 구현 극대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최종 디자인을 완료, 목업을 제작한 뒤 임원 품평과 인도 4개 지역 대상 소비자 조사 등을 거쳐 디자인 개선이 이뤄졌다. 이후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 선호도 조사를 통해 제품 콘셉트에 대한 시장성을 점검하고 최종 목업이 제작됐다.
경영진은 각 부서의 고심이 모인 액티브워시에 합격 사인을 내렸다. 액티브워시는 약 2년간의 상품기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해 4월 인도 시장에 첫 선을 보였고, 현지 시장에서 과거와 다른 큰 성공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액티브워시의 글로벌 도입을 위해 소비자 조사를 추가로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 공개했다. 액티브워시는 이달 말까지 국내에 21·19·17·10㎏ 등 4종류의 라인업이 새롭게 출시된다. 다음 달에는 북미시장 공략도 본격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