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두 장면의 불운이 두 선수의 운명을 갈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 달러ㆍ약 16억8000만원)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함께 플레이를 펼친 김효주(20ㆍ롯데)와 스테이시 루이스(30ㆍ미국)다.
김효주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파72ㆍ6583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세계랭킹 3위 루이스(18언더파 270타)를 세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를 챙겼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꼭 10살이었다. 10살이 많은 루이스는 경험이 많았고, 어린 김효주는 겁이 없었다. 비거리는 루이스, 쇼트게임은 김효주가 근소한 차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효주와 루이스의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4)까지 예측 불허였다. 하지만 각각 한 차례씩 찾아온 불운이 두 선수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전반 9홀에서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친 김효주는 힘겹게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0번홀(파4)에서 티샷한 볼이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벌집이 있는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벌집에 대한 위협을 느낀 김효주는 경기위원에게 구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볼을 페어웨이로 빼내는 데 만족했다. 결국 보기로 홀아웃했다.
한 타 차로 승부가 갈릴 수 있는 박빙의 상황에서 나온 불운이었다. 하지만 10번홀에서의 불운은 김효주의 전의를 불태우게 했다. 전반 내내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쳤던 김효주는 11번홀(파5)부터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어린 김효주의 맹타를 지켜본 루이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반에 두 타를 줄인 루이스는 12번홀과 13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로 맞섰고, 15번홀(파5)과 1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만들어내며 김효주를 한 타 차로 압박했다.
결국 한 타 차 박빙의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갈리게 됐다. 운명의 장난일까. 이번에는 갈길 바쁜 루이스에게 불운이 찾아왔다. 티샷한 볼이 디보트 안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얇게 페인 디보트로 잔디 저항을 피할 수 없는 최악 상황이었다. 하지만 관록의 루이스다. 그 상황에서도 온그린에 성공한 루이스는 롱퍼트로 버디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반면 김효주는 세컨샷으로 핀 2m 지점에 붙여 버디를 만들어냈다.
전화위복이 된 김효주의 10번홀 불운과 마지막 추격 희망까지 짓밟힌 루이스의 18번홀 불운이 미묘한 쌍곡선을 그리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