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파워포인트 가라오케’라는 포럼이 유행이다. 이는 즉석 코미디와 기업문화가 결합한 프레젠테이션 대회로 가장 재치있는 발표를 한 사람에게 우승이 주어진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 대회에서는 구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쳇 하세가 우승을 차자했다.
이날 대회에는 구글과 함께 어도비, 에어비앤비, 징가의 직원이 올라 입담을 겨뤘다. 이들의 재치를 보기 위해 현지 종사자 200여명이 몰렸다.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상영되는 슬라이드에 맞춰 즉흥적으로 PPT 했다. 당시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한 무대는 징가 소속 앙슐 다완 씨의 PPT였다. 그는 영화였다면 19금 판정을 받았을 법한 야한 무대를 꾸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징가 애널리틱스(Zynga Analytics)’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오른 다완 씨에게는 ‘Cuddle Puddle’이라는 유령의 신흥 IT 기업을 가짜 투자자에게 엉터리 홍보 문구로 팔라는 테마가 주어졌다.
그가 “어서오십쇼. 부자 여러분”이라고 말문을 열자마자 관중들은 박장대소했다. 슬라이드에는 개와 트럼프에 둘러싸인 그의 보스, 징가의 마크 핀커스 회장이 등장했기 때문. 그는 “중요한 것은 수중에 있는 카드가 아닙니다”라며 실제로 있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Tinder’와 ‘Grindr’을 더해 2로 나눈 것같은 서비스를 팔았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것은 밤에 누구를 데리고 가족에게 돌아갈까, 입니다”라고 했다.
우승을 차지한 구글의 핫세 씨는 “두 번 경험하고 싶을 정도로 멋진 것이 몇 가지 있지 않느냐”며 일부다처제의 메리트를 TED의 프레젠테이션을 흉내내 소개했다. 그때 등 뒤로 양말만 신은 코미디언 윌 페렐이 농구공으로 몸을 감추면서 락커룸의 벤치 위에 누워있는 사진이 흘러나와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핫세 씨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아크릴수지로 만든 트로피와 향후 스피치리스의 PPT 배틀에서 ‘파워 글로브’를 사용할 권리를 손에 넣었다. 파워 글로브는 1980년대에 나온 닌텐도 게임기용 콘트롤러로, 상품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리모콘, 레이저 포인터로 사용할 수 있게 재프로그래밍돼 있다.
스피치와 슬라이드로 이루어지는 PPT 포맷에 즉흥적인 유머를 더한 역사는 한 베를린 예술가 단체에서 비롯됐다. 이 단체는 10여 년 전 퍼포먼스 예술로 PPT 가라오케를 주최했다.
베테랑 기업 풍자가 스코트 아담스는 이같은 이벤트에 대해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다음 슬라이드가 어떤 내용인지 모른 채 파워포인트 발표를 한다는 것은 멋지다”고 평가했다. 그는 26년 동안 ‘딜버트’ 만화를 통해 직장 풍경을 신랄하게 풍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