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경남기업 자본잠식 입 닫고…SPP조선 자금난 귀 막고

입력 2015-03-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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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리스크 관리 허점 드러나 채권단 “주채권은행 의무 방기” 비판 SPP조선 신규 지원엔 ‘조건부 동의’“어음할인 없애 부실 키웠다” 지적도

신한은행이 회생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부실기업인 경남기업과 SPP조선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경남기업의 경우 채권은행들 익스포저(위험노출채권액)는 1조원에 달하지만 주채권은행으로서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또 SPP조선의 485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지원과 관련해서는 다른 채권은행들의 눈치를 살피며 전체 채권단의 판단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권 비중이 7%인 신한은행은 다른 채권은행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가 없다는 전제 하에 추가 자금지원에 찬성한다는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낸 상태다.

◇신한은행, 경남기업 주채권은행 의무 상실 =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서는 주채권 은행은 ‘해당 기업에 대한 공동관리의 지속 여부 및 해당 기업의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평가·점검해 협의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주채권은행이 해당기업 부실을 정기적으로 파악해 사전의 리스크관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경남기업의 자본잠식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가 요구될 때까지 전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채권단은 경남기업 자본잠식 소식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었다. 앞서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다는 소식만 접했을 뿐,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손실액이 2배가 넘는 등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이 같은 정보를 왜 오픈하지 않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채권단 회의에서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추가 지원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상장폐지와 함께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촉박하다는 입장만 전달했다”고 말했다. 추가자금 지원에 앞서 회계실사와 같은 절차에 대해서는 전혀 언지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경남기업이 세번째 워크아웃에 돌입했을 때도 회계실사 자료가 불충분했다”며 “불과 하루 만에 100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을 결정하라고 압박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남은행은 3번째 워크아웃 신청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으로부터 1000억원의 출자전환, 38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 전환사채 1000억원 인수라는 대규모 지원을 받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이 다른 채권은행과 달리 경남기업 대출에 있어 적잖은 담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채권은행들은 신규 자금 지원에 있어 무담보 대출이 이뤄졌지만 신한은행은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신한은행은 경남기업 공사대금채권을 담보로 잡고 지난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250억원의 담보대출을 승인했다.

◇SPP조선, 4850억 신규자금 지원 신한은행 이중성 논란 = 신한은행은 SPP조선에 대한 485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과 관련해도 뚜렷한 입장을 전달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채권단 실무자 회의에서 신한은행은 다른 채권은행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가 없다는 전제하에 추가 자금지원에 찬성한다는 ‘조건부 동의’를 내걸었다. 채권단의 만장일치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는 대외적인 명분에서다.

하지만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SPP조선 추가 지원에 찬성의사를 밝힌 국책은행 4개사의 채권 비율은 전체의 약 70%로, 의결권 기준인 75%에 다소 부족하다. 때문에 의결권 7%를 보유한 신한은행이 신규자금 지원안에 찬성했다면 다른 은행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와는 관계없이 가결 요건이 충족됐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는 다른 채권은행들과 달리 SPP조선의 사천조선소를 담보로 잡고 있는 신한은행의 담보채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손익정산 후 담보채권 464억원을 보유한 신한은행의 채권회수율은 27.3%로, 전체 9개 채권단의 평균 채권회수율인 18.6%를 크게 웃돈다. 채권은행 대부분의 채권회수율이 10%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한 신한은행이 SPP조선의 자금난을 악화시킨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신한은행은 SPP조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SPP조선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B2B결제 400억원을 할인 제공했다. B2B 협력사들이 SPP조선에 물품을 납품하면 신한은행이 외상거래 어음으로 바꿔 대금결제를 해주는 일종의 어음할인이다.

SPP조선이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해당 외상매출채권은 주채권 산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SPP조선의 원활한 거래 대금을 지원하기 위해 신한은행의 기존 어음 할인 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자율협약 체결 이후 신한은행의 태도는 바뀌었다. 해당 어음할인이 자율협약 손익정산에 포함되지 않자 2013년까지 B2B결제할인을 제공해온 신한은행의 단독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자체적으로 한도를 줄여나갔고, 자금줄이 막힌 SPP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난에 시달리며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자율협약 개시 시점에서 손익정산 의사결정이 나지 않아 강제성은 없었지만, B2B결제할인은 SPP조선에 대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속했어야 했다”라며 “SPP조선의 자금난이 심화한 데에는 신한은행이 어음한도를 없앤 영향도 일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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